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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EU FTA를 누리자

namsarang 2010. 10. 8. 23:25

[기고/오영호]

 

한-EU FTA를 누리자

 

 

한국과 유럽연합(EU)이 자유무역협정(FTA)에 6일(현지 시간) 정식으로 서명했다. 한국은 2004년 칠레를 시작으로 올해 초 인도까지 5건, 16개국과 FTA를 발효시킨 바 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한-EU FTA의 경우 내년 7월 1일 발효와 거의 같은 효과를 갖는 잠정 적용이 될 예정이어서 무역업계 대표기관의 한 사람으로서 기뻐하지 않을 수 없다.

한-EU FTA는 지금까지 우리가 체결한 다른 FTA보다 더 중요한 내용을 많이 담았다. 우선 경제적 측면이다. EU는 인구와 국내총생산(GDP) 면에서 미국보다 규모가 큰 경제통합체다. 중국에 이어 우리나라의 제2위 수출 및 무역흑자 대상국일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 대한 최대 직접 투자국이다. 경제적으로 EU가 미국보다 유력한 파트너라고도 말할 수 있다. 더욱이 FTA 체결 상대국에 대한 수출 증가율이 한국 전체의 그것보다 높다는 점에서 앞으로 EU로의 수출은 FTA를 통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EU라는 시장이 갖는 브랜드도 무시할 수 없다. 글로벌 경제위기와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신흥 경제국가의 약진으로 서방 선진 경제권의 중요성이 다소 약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EU와 미국 등 선진 시장은 우리에게 여전히 중요하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품질, 환경기준을 요구하는 EU 시장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가 확고하게 자리를 다지면 EU 역내뿐 아니라 제3국 시장 소비자에게도 한국산 제품의 이미지가 높아지는 ‘코리아 프리미엄’ 효과를 누릴 수 있다.

EU는 우리가 늘 고민한 대일역조 문제 해결의 열쇠도 쥐고 있다. FTA는 더 자유로운 무역조건을 만들기 위한 국가 간 협정이므로 수출뿐 아니라 수입에서도 이로운 측면이 있다. EU는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기계, 전기·전자, 화학산업의 부품소재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췄다. 2008년을 기준으로 EU와 일본에서 수입한 100대 품목 중 중복되는 것이 27개나 됐는데, 이 중 관세가 부과되는 품목이 16개이다. 가격경쟁력 확보와 비용 절감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업으로서는 16개 품목의 수입처를 일본에서 EU로 전환하거나 협상의 지렛대로 삼을 수 있다. 한-EU FTA는 3년이 넘도록 지지부진한 한미 FTA 비준에 대한 미국의 인식을 바꾸는 데 일조할 수도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미국 산업계가 조속한 비준의 중요성을 수차례 강조했지만 미 의회는 한미 FTA에 여전히 소극적이다. 미국 경제계가 한-EU FTA의 선 발효에 따른 피해를 강조하며 오래전부터 지역구 의원을 압박한 점을 상기할 때 한-EU FTA의 적용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미 의회도 한미 FTA의 비준 문제를 좀 더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FTA가 개별 기업의 수출 확대를 무조건 보장하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한-EU FTA도 마찬가지여서 건별로 6000유로 이상 수출하는 업체의 경우 원산지 인증 수출자로 지정받아야만 관세철폐 혜택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지정 기업은 여전히 소수이다. FTA라는 밥상을 차렸는데 정작 무얼 어떻게 먹어야 할지 모른 채 우왕좌왕한다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수출기업은 이런 점에 유념해 한-EU FTA 활용 준비에 적극 나서야 한다.

남은 것은 국회의 비준이다. EU에서는 유럽의회의 동의절차가 남아 있으나 대다수 의원이 긍정적인 견해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는 기업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국익에 기여할 한-EU FTA의 비준 동의에 신속하게 나서야 한다.

                                                                                                                                     오영호 한국무역협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