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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일 함장과 찰스 맥베이 함장

namsarang 2010. 10. 16. 20:07

[오늘과 내일/육정수]

 

최원일 함장과 찰스 맥베이 함장

 

천안함과 46명의 부하 수병()을 잃은 최원일 함장(중령)에 대한 형사처벌 절차가 조만간 시작될지 모른다. 군사재판에 회부된다면 군형법 35조의 근무태만 혐의가 적용될 모양이다. 적과 교전이 예측되는 경우 전투준비를 태만히 한 지휘관은 무기징역 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게 돼 있다. 국방부는 최종 결정을 계속 미루며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군 내부, 특히 해군에서 형사처벌에 부정적 시각이 많다.

천안함장 기소 여부 고심하는

작전지휘 문제를 사법적 판단의 대상으로 삼는 게 과연 온당한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직전의 미국 인디애나폴리스(9800t) 침몰사건은 천안함 사건을 판단함에 있어 반드시 살펴봐야 할 선례다. 이 함정은 1945년 7월 30일 태평양의 괌에서 필리핀으로 가던 중 일본 잠수함의 어뢰공격으로 20분 만에 침몰했다. 1196명의 장병 중 317명이 살아남고 879명이 숨졌다. 희생자의 3분의 2가량은 바다로 뛰어든 뒤 구조가 늦어 상어밥이 됐다. 찰스 맥베이 함장(대령)은 피격 직후 조난보고와 장병들의 함정 탈출에 주력했으나 군사재판에 넘겨졌다.

죄목은 직무태만과 부적절한 임무수행. 잠수함 공격에 대비한 지그재그 항해를 하지 않았으며 적절한 구조 조치를 실행하지 않아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것이다. 그의 상관인 체스터 니미츠 태평양함대 사령관은 재판 회부에 반대했다. 니미츠 제독은 “지그재그 항해를 하지 않은 것은 기껏해야 판단착오이며 중대한 실책은 아니다. 함장의 명령은 모든 다른 명령에 우선한다”며 지휘관의 작전재량권을 옹호했다. 느린 항해로 어뢰를 맞았다는 비판을 들었던 천안함 사건에 참고가 될 만한 사례다.

 

맥베이는 일부 유죄판결을 받고 불명예제대 후 죄책감에 시달리다 70세 때 권총으로 자결했다. 침몰 53년, 자살 30년 뒤인 1998년 헌터 스콧이라는 11세 소년이 학교 숙제로 이 사건을 다루면서 명예회복의 길이 열렸다. 생존자 154명을 일일이 찾아 인터뷰하다 진실을 알게 된 스콧은 무죄탄원 운동을 벌였다. 상원이 재조사하기에 이른다.

맥베이는 사전에 일본 잠수함들의 활동 정보를 받지 못했고 SOS 신호에 대해 상부의 아무런 조치가 없었으며 충분한 조사 없이 재판이 시작된 사실이 드러났다. 직속상관들의 재판회부 반대가 묵살되고 2차 대전 중 약 700척의 함정이 침몰했는데도 멕베이만 기소된 점도 밝혀졌다. 존 워너 상원 군사위원장은 공격 잠수함의 마치무라 하시모토 전 함장이 보낸 뜻밖의 편지를 받는다. ‘맥베이가 왜 군사법정에 세워졌는지 이해할 수 없다. 경계를 소홀히 했다는 것도 납득되지 않는다. 어떤 경우에도 격침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최 함장의 경우와 비슷한 맥베이 함장에겐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결론이 났다. 모든 멍에를 홀로 지고 떠난 그는 2000년에야 생존 동료들과 함께 무공훈장을 받았다.

맥베이 함장 사례 거울삼아야

그해 10월 예멘 아덴 항에서 미국 이지스 구축함인 콜이 알카에다의 자폭테러로 17명이 죽고 42명이 다친 사건에서는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다. 당시 미 해군참모총장은 “책임은 테러리스트에게 있다. 콜은 경계를 완벽히 했더라도 공격을 막지 못했을 것이다. 피격 후 장병들의 행동은 아주 칭찬할 만하다. 규율과 훈련, 용기 덕분에 많은 동료를 구했다. 그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비극은 훨씬 더 악화됐을 것이다”라는 성명을 냈다.

미 해군 장성들의 필독서인 ‘미국 제독의 덕목(American Admiralship)’(에드거 퍼이어 저)에 실린 사례들이다. 천안함 선수()에 있던 57명 전원이 구조함에 옮겨 탄 뒤 최 함장은 “나는 남겠다. 대원들을 더 찾아보겠다”며 한동안 버텼다고 한다. 선미()의 희생자 46명에게는 화랑무공훈장이 추서됐다. 최 중령은 죄인의 심정으로 묵묵히 운명을 기다리고 있다.

                                                                                                                                                                           육정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