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향숙 수녀(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사회복지법인 위캔 위캔센터장)
위캔센터가 지적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쿠키를 만드는 사회적 기업이긴 하지만, 실상 위캔에 근무하는 지적장애 근로인들은 위캔을 '돈 버는 학교'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작업장에서 직무활동 외에 하루에 2~3시간씩 실시하는 재활 프로그램 때문일 것이다. 체육활동도 그런 재활 프로그램 중 하나다.
얼마 전 위캔 구성원 모두가 함께한 가운데 그동안 체육활동 시간에 익힌 운동실력을 맘껏 펼치는 체육대회를 열었다. 우승팀에게는 푸짐한 상품을 주고, 우수 선수로 뽑힌 사람들에게는 포상휴가와 함께 각종 부상도 수여했다. 상품이 아니더라도 있는 힘을 다해 경기에 임하는 지적장애 근로인들 모습은 옆에 있는 사람까지 덩달아 열심히 뛰게 만들 정도였다.
체육대회 절정이자 마지막 역전 기회로 삼을 수 있는 계주 때 생긴 일이다. 늘 조용하고 수줍음이 많던 연주씨가 자발적으로, 그것도 마지막 주자로 뛰겠다고 나서는 것이었다. 평소 잘 나서지 않던 지적장애인이라 체육대회를 진행하던 선생님들은 연주씨 의견을 적극 받아들여 팀의 마지막 주자로 뛰게 했다. 체육대회를 위해 빌렸던 곳은 인조 잔디가 깔린 축구장이었기에 트랙이 그려져 있지 않았다. 그래서 계주 선수를 제외한 대회 참가자들이 빙 둘러 앉아 인간 트랙을 만들었고, 선수는 둥글게 앉은 사람들을 끼고 달려야 했다. 그런데 아뿔사, 누구 못지않게 잘 달리던 연주씨가 트랙을 벗어나 축구 골대를 향해 바람같이 달리는 것이 아닌가!
그쪽이 아니라고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연주씨는 오로지 앞으로 달리는 일이 할 수 있는 전부인 양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결국 선생님 한 명이 달려가 방향을 틀어주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경기가 끝나고 왜 축구 골대 쪽으로 갔느냐고 묻자, 자기는 앞으로 달리는 건 잘하기 때문이란다.
장애인 재활을 위해 우리는 참으로 많은 것을 한다. 이런 활동들 바탕에는 장애인보다 우위에 서서 우리 방식대로 가르쳐야 하고, 우리가 원하는 수준에 도달하기까지 고쳐줘야 하고, 또 끝없이 퍼주고 나눠줘야 한다는 생각이 알게 모르게 깔려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지적장애인들을 바라보면서 나는 생각한다. 그들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그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그냥 함께 먹고, 대화하며, 걸으며, 어울려 지낼 줄 아는 마음이 우선돼야 한다고. 이것이 우리에게 육으로 오신 하느님의 방법이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