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직 현장

안녕, 위캔!

namsarang 2010. 10. 20. 21:47

[사도직 현장에서]

 

안녕, 위캔!

 


                                                                                                                      송향숙 수녀(샬트르성바올수녀회, 사회복지법인 위캔 위캔센터장)


   위캔에서는 쿠키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 사회 재활 프로그램도 함께 실시하고 있다.

 지적장애인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자신감을 심어주고, 타인과 관계 맺는 방법 등을 가르쳐 공동체에서 지켜야 할 규범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이다.

 하루를 시작하는 위캔의 아침은 특별하다. 재활 프로그램 중에서도 위캔 근로인들이 가장 기다리는 시간은 '안녕, 위캔!' 인사로 시작하는 모닝 미팅(morning meeting)이다. 모닝 미팅 시간을 위해 지적장애 근로인들은 발표할 내용들을 미리 준비하는데, 이런 작업을 통해 글을 쓰고 말하는 방법을 연습하게 되고, 특히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 것을 훈련하게 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여러 사람들 앞에서 손을 들고 발표하는 것을 경험해본다는 것이다.
 
 위캔에는 설립 초기부터 지금까지 10년째 일하고 있는 지적장애 근로인들이 있다. 자폐 성향이 강했던 진호도 그들 가운데 하나다. 처음에는 표정도 없고 옆에서 말을 시켜도 대답조차 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모닝 미팅 시간이 되면 먼저 손을 들고 발표도 하면서 한 마디씩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기도 한다. 쉽게 달라질 것 같지 않던 그 친구가 10년 동안 위캔에서 쿠키를 굽고 동료들과 함께 지내면서 매우 밝아진 것이다.

 예상하지 못한 일에 부닥치거나 처음 가보는 길에서는 두려움으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던 지적장애 근로인이 어떤 날에는 퇴근길에 빵을 사먹기 위해 슈퍼에 들르기도 한다. 남들이 보면 그깟 일이 뭐 그리 대단하냐고 하겠지만, 지적장애인에게 이 정도 변화는 기적 같은 일이다.

 7월 초 전국 장애인 댄스 경연대회가 열렸는데, 모닝 미팅에서 춤을 추던 친구들 중 6명이 출전했다. 대회에 참가한 다른 단체 장애인 어머니들이 내게 '어디서 오셨어요?'라고 묻자, 위캔 근로인들이 먼저 나서서 '위캔에서 왔어요. 저 위캔 다녀요. 여기 위캔에서 일하잖아요~'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것이었다. 그것을 보고 주위 어머니들이 어쩌면 이렇게 밝고 당당하냐며 놀라기도 했다.

 재활 프로그램을 통해 사람들 앞에서 먼저 손을 들고 이야기할 수 있고, 외부에서 손님이 오면 당당하게 앞장서 안내하고,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해서는 자신있게 말하는 위캔 식구들이 자랑스럽기만 하다. 위캔 식구들이 자긍심과 자존감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기쁨이다. 이러한 활동들로 지적장애 근로인들이 위캔이라는 작은 사회를 거쳐 앞으로 살아가야 할 커다란 사회에 적응하며 당당한 사회인으로 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