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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강 通船門

namsarang 2010. 10. 24. 22:23
[횡설수설/박성원]
 

영산강

 
 
전남 담양의 용추봉에서 발원해 항구도시 목포에 이르는 영산강은 예부터 중요한 뱃길이었다. 흑산도에서 홍어를 잡아 뱃길을 따라 영산포에 도착하면 벌써 푹 삭아 코끝을 찌르는 특유의 맛을 냈다. 영산포에는 국내 유일의 강변 등대가 남아 있다. 오래전에는 밀물 때 바닷물이 광주 하남과 장성, 화순의 지천까지 드나들었다는 기록도 있다. 박준영 전남지사와 박광태 광주시장이 ‘영산강 뱃길 살리기’를 공약한 것도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영산강이 오랫동안 방치된 채 썩어 들어가고 있다는 안타까움에서였다.

▷심명필 4대강살리기 추진본부장이 20일 “영산강
하류에 유람선과 요트가 오갈 수 있도록 하굿둑에 있는 6m가량의 기존 통선문()의 폭을 20∼30m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통선문 폭이 넓어지면 서해에서 2000∼3000t급 배가 들어와 영산강 유역의 영산호와 영암호를 거쳐 죽산보()가 있는 상류 40km까지 드나들 수 있다. 박 전남지사가 “영산강 뱃길을 복원하고 관광·레저 중심지로 키우려면 하굿둑에 유람선이 다닐 수 있도록 통선문을 설치해야 한다”고 정부에 건의한 것이 계기가 됐다.

▷민주당과 일부 환경단체는 “4대강 사업은 대운하의 전() 단계”라며 4대강 사업에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인 박 전남지사는 지난해 영산강 살리기 사업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사업에 찬성했다는 이유로 당내에서 ‘공천 배제’ 위협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럼에도 그는 “어차피 통수문()이 필요하므로 유람선과 요트 정도는 다닐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영산강 뱃길 복원도 가능하고 사업비도 절감된다”며 지역사회의 숙원 사업을 실현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대형 화물선이 다니는 대운하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정부는 4대강 사업 중 영산강은 지방자치단체와 협조가 잘되고 있다며 영산강 하굿둑 통선문을 내년 예산에라도 반영하고 싶어 하는 눈치다. 정부는 특위까지 만들어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김두관 경남지사에 질린 탓인지 박 전남지사의 건의에 호의적이다. 그렇지만 배추값 폭등까지 4대강 탓이라고 우기는 사람들에게는 영산강 통선문도 “대운하 시설”이라고 시비를 걸 수 있는 소재가 될지도 모르겠다. 배와 요트가 다닌다고 대운하라면 유람선이 운항하는 지금의 한강도 대운하라 해야 할 것인가.

박성원 논설위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