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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앗이 운동

namsarang 2010. 10. 25. 22:09
[횡설수설/김순덕]
 

품앗이 운동

 
 


1950년대 필리핀은 아시아에서 일본 다음으로 잘사는 나라였다. 1949년 동남아국가 중 우리나라와 처음으로 수교했고, 1963년엔 필리핀 기술자들이 우리나라 최초의 돔식 실내체육관인 서울의 장충체육관을 지어줬다. 6·25전쟁이 터지자 글로리아 마카파갈 아로요 전 대통령의 아버지인 디오스다도 마카파갈 의원(1961∼1965년 대통령)은 필리핀 파병법안을 발의했다. 보병 1개 대대가 참전해 용감히 싸우다 112명의 전사자와 229명의 부상자를 냈다.

▷인연은 돌고 도는 모양이다. 휴전 50주년인 2003년부터 ‘6·25 참전용사에게 보내는 감사편지 쓰기’ 행사를 하고 있는 사단법인 H2O품앗이운동본부의 장문섭 사무총장이 올 7월 필리핀을 방문해 편지를 전달하자 그들은 감동했다. 아버지가 6·25 참전용사였던 필리핀 팜팡가 주 칸타바 시의 제리 펠라이요 시장은 “지금 필리핀에도 필요한 운동이 품앗이”라며 ‘품앗이 운동 MOU’를 체결했다. 22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2010 품앗이안 세계대회’에는 아로요 전 대통령이 참석해 “어려울 때 도움을 주고 또 이를 잊지 않고 갚는 Pumassi(품앗이)가 필리핀과 한국의 우정과 협력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감사를 표했다.

▷올해 이경재 의원(한나라당)이 H2O 이사장으로 선임되면서 우리 고유의 미풍양속 품앗이를 세계적 브랜드로 만들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품앗이는 타산적으로 들리는 ‘Give & Take’와는 많이 다르다. 사랑과 정이 오간다는 의미도 아름답지만 마침 외국인이 발음하는 데도 어렵지 않다. 이 이사장은 16개 6·25 참전국가를 중심으로 세계 품앗이 네트워크를 만들어 도움 받는 나라에서 도움 주는 나라로 발돋움한 ‘국격 있는 한국’의 참모습을 보일 계획이다.

▷6·25 참전 인연이 있는 나라 사람들은 지금도 한국에 우리가 놀랄 만한 관심과 애정을 보인다.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를 유치할 만큼 발전한 것을 보며 자신들도 기여한 바 있다는 자부심을 갖기도 한다. 한국은 수십 년간 외국원조를 받으면서도 여전히 가난한 아프리카의 몇몇 나라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하지만 우리도 자부심을 갖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한국의 품앗이운동이 지구촌 공영()의 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