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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에 대한 배려, 공정사회 출발점

namsarang 2010. 10. 27. 21:09

[시론/김현]

 

약자에 대한 배려, 공정사회 출발점

 

 

항상 서민 가까이 머물겠다는 신념을 저버린 적이 없었던 에이브러햄 링컨. 그의 대통령 재임 기간에 백악관은 그를 만나러 온 평범한 시민으로 늘 북새통을 이루었다. 가까운 이웃을 대하듯 찾아와 자신의 견해를 토로하는 다양한 사람과 소통하는 일은 그의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 이로써 링컨은 노예해방전쟁과 국론 분열의 위기 상황에서 국민 사이의 벽을 허물고 사회 통합을 이뤄낼 수 있었다.

고학력자이면서도 여러 대학을 전전하며 생활고에 신음하던 시간강사의 열악한 처우에 사회가 관심을 기울이고 문제 해결을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시간강사에게 교원의 지위를 인정하고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급여 수준을 개선하며 학기가 아닌 연간 단위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하게 하는 사회통합위원회의 개선안은 미흡하지만 분명 진일보한 방안이다.

그동안 시간강사는 자신의 불안한 처지와 열악한 상황을 알리고자 국회 앞에서 장기 농성을 벌이고 심지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기도 하였다. 사회적 약자가 다른 사람의 이목을 끌기 위해 폭력이나 자살 같은 극한 방법에 기댈 수밖에 없는 모습은 정말 안타깝다.

도심 재개발사업으로 삶의 터전과 희망을 빼앗긴 주민들이 화염병을 들고 일어나 수많은 사상자를 낸 용산 참사, 타향에서 남편이 휘두르는 폭력에 신음하다가 꽃다운 생을 마감하는 결혼이주여성, 생활고에 시달린 가장이 집에 불을 질러 일가족이 몰살하는 비극은 우리 사회가 고통 받는 이들의 목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이고 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이들의 아픔을 보듬고 배려했다면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쉴 새 없이 일하고도 대기업의 횡포에 직원 월급마저 걱정해야 하는 수많은 중소기업, 8시간 이상 화장실에 못 가고 다리가 퉁퉁 붓도록 서서 일하고도 고작 월급 80만 원을 건네받는 비정규직 근로자, 단칸방에서 병든 할머니, 어린 동생과 함께 살면서 아르바이트로 학비와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소녀가장, 사회봉사자가 제공하는 하루 한 끼 식사에 연명하며 아파도 병원 가기를 포기한 지 오래인 노인 등 소외된 사람은 사회가 발전하는 가운데서도 늘고 있다.

홀로 사회적인 편견과 맞서야 하는 장애우, 100만 명에 이르는 청년실업자, 2만 명이 넘는 탈북자 역시 더 나은 미래를 향해 우리가 끌어주고 함께 가야 할 이웃이다. 필요하다면 미국 케네디 행정부의 소수집단 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처럼 사회적 소수자에게 일정기간 특별한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

근로기준법 사회보장기본법 사회보험법 등 더불어 사는 사회를 위한 법제도는 헌법에 보장된 인간다운 생활을 누릴 권리와 평등권을 실현하기 위해 희생한 수많은 사람의 목숨과 피눈물의 대가이다. 주 7일, 하루 14시간 노동의 역사가 불과 반세기 전 우리나라 노동의 현장에서도 비일비재했다.

전쟁이 남긴 폐허 속에서 한마음 한뜻으로 한강의 기적을 일궈냈지만 사회 구조적인 부의 쏠림 현상으로 갈등과 분열이 깊어지고 있다. 대화와 설득, 약자에 대한 배려를 통하여 불평등을 줄이고 계층 간의 위화감을 줄이려는 노력을 지속하지 않는다면 범죄, 소요사태와 같은 불안요소는 끊이지 않을 것이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를 눈앞에 두고 한국의 발전상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국민과 소통하고 노예제도, 인종차별 등 불의와 악습에 용감히 맞서 하나 된 사회를 이끌었던 링컨의 위대한 정신을 되새기며 더욱 선진적인 사회, 공정한 사회를 그려본다.

                                                                                                                                        김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