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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9, G13, G20… 여러 갈래 길

namsarang 2010. 10. 27. 21:14
[오늘과 내일/허승호]
 

G9, G13, G20… 여러 갈래 길

 
 
주요 20개국(G20) 경주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가 막을 내리면서 G20은 서울 정상회의 체제로 넘어왔다. 이제 보름 남았다. 하지만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서울 회의의 성공’ 자체가 아니다. 서울 회의를 계기로 ‘G20 체제가 정착되느냐’ 여부가 훨씬 중요하다. G20 체제가 굳어진다면 국제질서에 있어 일대 지각변동이다. 특히 우리로서는 질서 따르는 나라(rule obeyer)에서 질서 세우는 나라(rule setter)군에 편입되는 것이다. 이는 대회의 성공적 개최라는 ‘일회적 성과’와는 차원을 달리한다.

G20 서울회의 성공보다 중요한 것

지금까지 지구촌 대소사는 G8에서 조율됐다. 그러나 이 체제는 한계에 이르렀다. 무엇보다도 미국과 함께 ‘G2 멤버’라고 불리는 중국이 빠져 있다. 최근 환율논쟁에서도 보듯이 중국을 빼놓고 지구촌 질서를 논의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 명분에서도 달린다. G8은 부상하는 중견국가들의 존재를 반영하지 못하며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에 대한 지역대표성도 부족해서다.

어떤 해법이 있을까. 첫째, G8에 중국을 더해 G9로 가는 것이다. 둘째, G8에 5개국을 더해 G13으로 갈 수도 있다. 세 번째 대안이 G20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미국과 중국의 생각이다. 어느 한쪽이라도 반대하는 방식은 어렵다.
 
6월 캐나다에서 열린 G8 회의에서 간 나오토 일본 총리는 “중국이 더 큰 책임감을 느끼도록 때때로 중국을 초청하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G9론’이다. 그러나 중국은 소극적이다. 선진국에 포위돼 사사건건 1 대 8, 또는 2 대 7의 입씨름을 벌여야 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번 경주에서의 환율 논란에서도 선진 7개국(G7)은 미리 입을 맞췄고 중국은 이들의 협공을 받았다. 여기에다 G9 멤버가 될 경우 개도국 지위 덕분에 얻는 실익을 상당 부분 포기해야 한다. 중국이 이런 선택을 할 리 없다.

G13은 한 번 실패한 시스템이다. 2007년 중국 인도 브라질 등 5개국을 옵서버로 추가했으나 이들이 따로 모여 별도 목소리를 내는 등 워낙 드세게 나오는 바람에 모임 자체가 깨져버린 것. 미국 등은 이들이 ‘민주주의, 시장경제, 개방화’라는 기본철학을 공유하는지에 대해서도 의심하고 있다. G13에 끼이지 못한 한국으로서는 이 길이 막힌 것이 천운이라면 천운이다.

남은 것은 G20이다. 미국으로서는 자신과 친한 한국 호주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등이 골고루 포진해 G13보다 덜 부담스럽다. 중국으로서도 한국 인도네시아 터키 등 이해()를 같이하는 선발개도국이 충분히 포함돼 G9보다 낫다.

여기다 G20이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주도한 후 날로 힘을 받고 있다. G20 체제가 빨리 뿌리를 내리려면 서울 회의가 생산성 있게 치러지는 것이 절대 유리하다. 다행히 경주 재무장관회의는 환율전쟁을 봉합하고 경상수지 기준 마련과 국제통화기금(IMF) 지분 개혁에 합의하는 등 망외의 성과를 냈다. 정상회의를 위한 유리한 기반을 확보한 것이다.

한국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 되길

하지만 정상회의에서 딱 부러지는 성과가 나오지 않아도 너무 실망할 일은 아니다. 사실 환율마찰이라는 건 그리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 글로벌 경제 불균형, 환율갈등, IMF 개혁, 녹색성장, 개도국 개발 같은 이슈를 풀어갈 ‘최적의 무대는 G20’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리고 이게 더 중요하다.

서울 회의에서는 이보다는 나은 결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경주 회의에서 예상을 넘는 과실을 축적해뒀기 때문이다. G20 서울 회의가 정말 한국이 한 단계 도약하는 발판이 될지 참으로 궁금하고 주목된다.

                                                                                                                                                                    허승호 편집국 부국장 tigera@donga.com


● G20: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이탈리아 캐나다 러시아(G8)+중국 인도 브라질 멕시코 남아공(이상 G13)+사우디 한국 인도네시아 호주 터키 아르헨티나 유럽연합(EU)의장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