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신부(수원교구 가남본당 주임)
보좌신부 시절에 있었던 일이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주일미사를 엄숙한 마음으로 봉헌하고 있었다. 이제 가장 거룩하고 엄숙해야 할 순간인 성체거양 시간.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먹어라. 이는 너희를 위하여 내어 줄 내 몸이다"하는 기도와 함께 성체를 들어 올리는 순간, 휴대전화 벨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런데 그 상황에서 어쩌면 그렇게 적절한 타이밍에 그런 벨소리가 울리던지…. 그 벨소리는 다름 아닌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날 좀~보~소'였다. 그 순간 성당 여기저기에서 웃음소리가 터지기 시작했다.
참으로 난감했다. 성체를 들어 올린 채 웃음을 참느라 힘들었다. 겨우 웃음을 참고 성체를 내려놓은 후 신자들 모습을 보니, 맨 앞자리에서 한 할머니가 휴대전화를 끄려고 애쓰는 모습이 보였다. 벨소리 주인공은 다름 아닌 할머니였다. 다행히 옆에 있던 손녀가 휴대전화를 꺼서 상황은 마무리됐다. 나는 눈짓으로 괜찮다는 신호를 보내고 그렇게 미사를 마쳤다.
미사 후에 할머니가 찾아오셔서 "신부님! 이 거룩한 미사를 제가 망쳐놓은 것 같아서 너무 죄송하네요"하고 사과를 하셨다. 나는 할머니께 "괜찮습니다"하며 위로하고 보내드렸다.
신자들이 모두 빠져나간 빈 성당에서 조용히 기도하면서 새삼 인도 마더 데레사께서 "감실은 나의 텔레비전이다"고 하신 말씀을 떠올렸다. 나는 사제로서 매일 미사를 집전하고 성사를 집전하지만 얼마나 자주 예수님을 찾고 기도를 하는가? 그렇게 보면 할머니의 휴대전화 벨소리는 앞으로 자주 예수님을 찾고 기도를 열심히 하라는 메시지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그 본당에서 1년 보좌생활을 마무리할 즈음 할머니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셨고 나는 그 다음 주에 인사발령으로 다른 본당에 부임하게 됐다.
지금도 매일 미사를 집전할 때면 그때 할머니 모습이 떠오른다. 특히 할머니 휴대전화에서 울려나오는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날 좀~보~소!'라는 벨소리는 지금도 귓가를 맴돈다. 좀 더 자주 예수님을 찾고 예수님께 기도하며 살아가는 사제가 되도록 노력할 것을 다짐해본다.
할머니! 저에게 주신 그 가르침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입니다. 천국에서도 그 정겨운 벨소리를 끊임없이 울려주시기를 청합니다. 이제 무거운 짐을 다 털어놓으시고 하느님 품에서 편히 쉬세요. 할머니!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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