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신부(수원교구 가남본당 주임)
"여보세요? 저 △△반장 ○○○인데요, 오늘 저희 반모임에 신부님을 모시고 싶어서요. 와 주실 수 있으시죠?"
"예, 곧 가겠습니다."
어느 반장님께서 반모임에 초대하는 전화였다. 내가 사목하는 가남본당은 시골 본당이기 때문에 신부가 직접 소공동체 모임에 참석해 격려해주기를 원하는 반이 많다. 그래서 특별한 일이 없으면 반모임에 꼭 참석하려고 노력한다. 반장님께서 초대를 해주셨는데 아무 옷이나 입고 갈 수 없어 정장 차림을 하고 반모임이 열리는 곳으로 갔다.
모임 장소에 도착해보니 어르신 6~7분이 모여서 준비를 하고 계셨다. 허리가 구부정한 할머니, 귀가 어두워서 잘 들리지 않는 할아버지, 다리가 불편하셔서 걷기조차 힘드신 어르신들…. 내가 봐도 참 이분들 정성이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반모임을 하는데 그 깨알 같은 성경 구절을 한 소절이라도 읽으려고 애쓰시는 어느 할머니 모습이 짠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또 한 분 한 분의 정성어린 자유기도를 들을 때마다 마치 하늘나라에 온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자신이 살아온 시간을 함께 나누는 시간, 어르신 중 한 분이 "내 나이 80에 이렇게 건강하게 걸어 다닐 수 있는 것이 바로 하느님 은총"이라며 앞으로 걸어 다닐 수 있을 때까지 남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하셨다. 그 어르신의 소박한 고백에 참석한 모든 분께서 큰 박수로 격려를 해주셨다. 당신 몸을 추스르기도 어려우실 텐데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뒤이어 모든 사람이 삶을 나누고 다 함께 기도하면서 귀중한 시간을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다과 시간, 아마 어르신들께서 이 시간을 제일 기다리셨던 것 같다. 어디서 가져왔는지 한 상 가득 과일과 음료, 약간의 주류들이 곁들여져서 마치 성대한 잔치에 참여한 기분이었다.
음식을 함께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각 가정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게 되고, 서로 어려움도 이야기하면서 나는 '사랑하는 우리 신자들이 이렇게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데, 사제인 나는 너무나 편안하게 지내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고 반성하게 됐다.
신자들이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부분에서 어려움을 하소연하고 있는지, 사목자로서 그들의 가려운 부분 또 힘든 부분을 도와줄 수 있는 진정한 목자가 될 것을 다시 한 번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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