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근대5종 亞경기 개인전 첫 메달 양수진, 은퇴 기로에
갈곳 없는 에이스 “올림픽 꿈 어쩌나”
한 국 여자 근대5종의 간판스타 양수진에게 올 한 해는 최고인 동시에 최악의 해였다.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 2개의 메달(은1, 동1)을 따냈지만 국내 여자 실업팀이 없어 대학 졸업반인 그는 운동을 그만둬야 할 처지에 놓였다. 큰 사진은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 승마 경기를 하는 장면, 작은 사진은 최근 대한근대5종연맹의 행정 인턴사원으로 일하는 모습. 사진 제공 대한근대5종연맹 |
메달을 땄지만 귀국길이 가볍지 않았다. 금의환향하는 비행기 안에서도 초조한 마음에 자꾸만 목에 건 메달을 만지작거렸다. “여자 근대5종 개인전에서 아시아경기 사상 첫 메달리스트가 됐는데도 운동을 그만둬야 한다니….”
광저우 아시아경기 근대5종 여자 개인전에서 한국 선수로서는 처음으로 동메달을 따냈고 단체전 은메달의 일등공신인 양수진(22·한국체대)이 은퇴 기로에 섰다. 내년 2월 졸업하면 운동할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국내엔 여자 실업팀이 없기 때문에 졸업은 곧 은퇴를 의미한다.
양수진은 “리듬체조 손연재는 아시아경기 사상 개인 첫 동메달을 딴 뒤 국민 여동생으로 불린다는데, 똑같은 성적을 올린 나는 운동할 곳이 없다. 서글프다”고 말했다.
양수진은 한국 여자 근대5종의 명실상부한 에이스다. 광저우에서도 맏언니 역할을 톡톡히 하며 단체전 은메달을 견인했다. 근대5종은 개인전을 치른 후 팀원(4명)의 합산 점수로 팀 순위를 가린다.
수영 선수였던 양수진은 중학 3학년 때 수영 코치의 권유로 근대2종(육상, 수영) 전국대회에 나가 1등을 거머쥔 것을 계기로 근대5종으로 전향했다. 펜싱을 급하게 3개월간 익히고 중학생 신분으로 나간 고교부 근대3종 전국대회에서 1위에 오르며 주위를 놀라게 했다. 그때 이후 줄곧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국내에 등록된 여자 근대5종 선수는 단 7명. 이 중 4종(승마 제외)을 뛰는 고교생 2명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5명이 전부다. 양수진은 사실상 올림픽 본선에 나갈 수 있는 유일한 선수로 평가된다. 양수진의 은퇴는 곧 한국 여자 근대5종의 명맥이 끊기는 것을 의미한다.
양수진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대표선발에 탈락한 뒤 그만두고 싶었다. 하지만 메달 꿈만 바라보고 버텼다. 후배들이 없었다면 포기했을 것이다. 내가 그만두면 후배들의 진로도 불투명해진다”며 안타까워했다.
대한근대5종연맹도 양수진의 진로를 찾고자 백방으로 뛰고 있다. 대표 선수들이 휴가 중이지만 양수진은 연맹의 배려로 행정 인턴사원으로 일하고 있다. 연맹은 남자 실업팀에 입단하는 것도 타진하고 있다. 양수진은 훈련 여건이 가장 좋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 입단을 원하고 있다. 정동국 연맹 사무국장은 “우리가 양수진의 진로를 만들어줘야 한다. 내년에 2012년 런던 올림픽 예선이 열리는 만큼 선수생활 연장을 위해 모든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24일 연중 최고 한파를 기록한 날씨만큼이나 절망스러운 상황이었지만 서울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에 있는 연맹 사무실에서 만난 양수진은 의연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까지만…. (잠시 머뭇거리다) 제가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 금메달 따서 후배들 환경이 더 좋아졌으면 좋겠다. 2014년 여자 근대5종이 전국체전 정식 종목이 되면 실업팀도 생겨 후배들의 진로가 열린다. 그때까진 버티는 것이 내 책무라고 생각한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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