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신성인 영웅 ‘서해의 전설’이 되다
동아일보 선정 ‘2010 올해의 인물’ 故한주호 준위
“한준위, 안춥소”… 묘역 찾은 34년 UDT 동료 27일 눈 쌓인 국립대전현충원 내 고 한주호 준위의 묘역을 34년간 해군 특수전여단에서 동고동락했던 문석준 해군 중령이 찾았다. 대전=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
해군특수전여단 수중파괴대(UDT)에서만 34년, 종아리가 허벅지만큼 굵어지도록 생사를 함께한 두 군인은 지금도 바다에 살고 있었다.
본보가 매년 선정하는 ‘올해의 인물’에 ‘UDT의 전설’로 불리는 고 한주호 준위가 선정됐다. 한 준위는 3월 30일 천안함과 함께 백령도 앞바다에 가라앉은 장병들을 구하겠다며 차디찬 바다에 뛰어들어 구조 수색 작업을 벌이다가 순직했다.
▼ 교과서로… 동상으로… 부활하는 한주호 ▼
경남 창원시 진해구 해군 특수전여단 작전지원대 사무실 책상 위에 천안함 승조원 명단을 쥐고 있던 한 준위는 “사고 해역은 조류가 거세고 수심이 깊어 후배들에게만 맡겨서는 위험하다”며 곧장 백령도 앞바다로 달려갔다. 하루 한 번 잠수하기도 힘든 악조건이었지만 그는 두 번씩 칠흑 같은 바다에 몸을 던졌다. 그렇게 한 준위는 그가 그토록 사랑하던 바다에서 떠났다.
국민들은 한 준위를 살신성인을 몸소 실천한 참군인으로 기억하고 있다. 46용사의 목숨을 앗아간 북한의 천안함 폭침 사건에 이어 연평도 포격 도발로 국가와 안보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 2010년, 한 준위는 국가와 전우를 위해 목숨을 바친 진정한 영웅이었다. 그가 보여준 용기와 헌신은 그가 사랑한 해군과 가족들, 국민의 마음에 남아 있다.
엄격한 군인인 그도 아들에게 시를 써주고, 아내의 건강을 챙기는 따뜻한 아버지이자 남편이었다. 최근 해군아파트에서 진해구 자은동의 일반 아파트로 집을 옮긴 한 준위 가족들은 새 집에 작은 전시관을 만들었다. 그가 남긴 유품과 훈장, 군 생활 때 찍은 사진과 태극기 등으로 방을 꾸몄다.
참군인이었던 한 준위를 기리는 작업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해군본부는 한 준위가 근무했던 해군특수전여단이 있는 해군 도시 창원시 진해구에 내년 3월까지 그의 동상을 세울 계획이다. 한 준위의 동상은 경남 포항시 동빈내항에 있는 퇴역함인 ‘포항함 안보체험관’에도 세워져 있다. 포항시가 예산을 지원해 실물 크기로 제작됐다.
해군특수전사령부 내 실내체육관에도 그의 이름을 붙이기로 했다. 전역을 앞둔 노장이었지만 평소 체력관리를 게을리하지 않던 한 준위가 자주 이용하던 곳이다. 리모델링을 마치고 나면 실내체육관은 ‘주호관’으로 불리게 된다. 리모델링에 보태 쓰라며 한 준위의 부인이 2000만 원을 기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진해=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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