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窓)/이런일 저런일

多幸多笑

namsarang 2010. 12. 31. 23:13
[광화문에서/이인철]

 

                                             多

 

 

세밑이면 한 해를 되돌아보며 다사다난()했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렇지 않은 해가 없을 정도로 다이내믹하게 돌아가는 한국이지만 올해는 정말로 큰 사건이 많은 한 해였다. 특히 올해는 국가안위를 위협하는 북한의 도발행위로 위기의식이 최고조에 달한 한 해였다.

3월 26일 발생한 천안함 폭침사건으로 46명의 용사가 목숨을 잃었다. 58명의 장병이 사지에서 기적적으로 살아 나왔지만 아직도 전우들을 잃은 슬픔과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천안함 사건으로 우리의 안보태세가 발가벗겨졌다. 북한의 어뢰까지 찾아내 북한의 소행임을 입증했지만 남한 내의 일부 세력은 좌초설, 조작설 등 각종 의혹을 제기하며 사회를 분열시켰다. 11월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로 해병대원 2명과 민간인 2명까지 사망했다. 주민들이 피란을 간 텅 빈 연평도에서 취재기자들은 라면과 햇반으로 끼니를 때우고 대피령에 방공호로 뛰어가면서 북의 위협이 말뿐이 아님을 실감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벌써 태평한 모습이다. 보온병을 포탄이라고 한 여당 대표도 코미디의 백미이지만 민주당은 우리 군의 정당한 사격훈련마저 반대하는 분열상을 보이고 있다. 손봉호 백낙청 인명진 씨 등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시민사회 종교계 원로라는 분들이 연평도 사태와 관련해 29일 발표한 성명은 실망스럽다. 성명은 “20일 해군의 연평도 사격훈련에 북한이 응수하지 않은 것은 다행”이라며 “북한이 군사주의로 치닫고 있는 만큼 우리 정부는 냉정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서해의 평화적 관리를 위해 서해의 분쟁수역을 완충지대로 만들어 남북 간 군사충돌을 방지하는 방안이 적극 검토돼야 한다”며 “어떤 일이 있어도 한반도에서 더 이상의 전쟁은 안 된다”고 주장했다. 북한에 대해선 “군사행동과 위협적인 언사를 삼갈 것을 요청한다”고 했을 뿐 우리 군인과 민간인을 숨지게 한 명백한 도발행위에 대한 비판은 없었다. 매우 중립적인 태도를 견지한 것처럼 보이지만 일반 국민의 정서와는 동떨어진 것처럼 느껴진다. 우리 국민 중에 전쟁이 일어나선 안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우리 사회의 불신과 부패상은 올해도 계속됐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간부들의 기부금 횡령 비리는 국민의 분노를 샀다.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경인지부 간부들이 초중고교생들이 ‘사랑의 동전 모으기’를 통해 모은 저금통에서 코 묻은 돈을 야금야금 빼내 썼다가 적발됐다. 이 때문에 보육원 양로원 등 불우이웃에 대한 기부 실적이 뚝 떨어졌다. 공동모금회의 사랑의 온도계가 올해 처음으로 100도를 달성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30일 현재 모금액은 1369억 원으로 61도를 기록하고 있어 지난해 같은 기간에 1493억 원, 67.5도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최근 차츰 기부가 회복되고 있다니 그마나 다행이다. 우리 사회엔 아직 희망이 살아 있다. 어머니를 병간호 하면서도 서울대 합격을 이뤄낸 전남 광양 중마고 이진 양(19)에게 각계에서 도움을 자청하고 나섰다고 한다. 한 재미동포는 월 500달러씩 1년간 지원을 약속했고, 국내의 한 독지가는 다른 어려운 학생까지 돕겠다고 나섰다니 훈훈하다. 토끼의 해인 내년 신묘년()에는 행복하고 웃는 일이 많은 다행다소()의 따뜻한 한 해, 서로를 믿을 수 있는 사회가 되길 기도해 본다.

                                                                                                                                                                                  이인철 사회부장 in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