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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복 같은 사람이 국정원장을 했던 나라

namsarang 2011. 1. 14. 17:05

[동아일보 사설]

2011년 1월 14일 금요일

 

김만복 같은 사람이 국정원장을 했던 나라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이 일본 월간지 ‘세카이()’ 2월호에 기고한 글에서 “이명박 정부의 냉전적 대북() 대결정책으로 제2의 한국전쟁, 제3차 세계대전의 화약고가 됐다”고 썼다. 천안함을 어뢰로 공격해 46명의 젊은 군인을 죽이고 연평도에 포격을 가한 북에 대해 맞대응을 하는 것이 대결정책이라는 말인가. 그는 ‘연평 패전’이라는 표현을 쓰며 천안함 폭침사건에 대한 민군()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를 대부분 부정했다. 그는 “많은 전문가가 한국 국방부의 반박에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한국 국민 중 30%만이 정부의 조사결과를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썼다.

이 나라의 안보 관련 정보를 책임지는 국정원장을 지낸 사람이 친북좌익 성향의 일본 잡지에 이런 글을 써야 하는 것인지 그의 근원에 대한 회의가 생긴다. 도대체 이런 사람을 국정원장으로 임명한 노무현 정부의 안보불감증과 무원칙 인사에 새삼 분노가 치민다. 천안함 사건에 대한 여론 조사결과도 대부분 60% 이상이 ‘정부 발표를 신뢰한다’고 응답했는데 30%짜리는 어디서 찾아냈는지 모르겠다.

노무현 정부 때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 계획은 서해 북방한계선(NLL)이 ‘영토 개념이 아니다’는 전제를 깔고 추진한 것이다. 김 전 원장은 그 방안이 서해 5도 해역 문제를 ‘윈윈 게임’으로 돌려놓을 수 있는 획기적인 역발상이었다고 강변했다. 전직 정보기관장으로서 공개해서는 안 될 김정일의 예민한 발언도 잡지에 그대로 옮겼다.

김 씨의 원장 시절 행적을 보면 능히 그럴 만한 사람이다. 그는 2차 남북 정상회담 때 노 대통령이 기념식수한 나무 앞에 놓을 표석을 들고 갔다가 “너무 크다”는 핀잔을 듣고는 다시 작은 것을 만들어 설치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납치된 한국인을 석방시킨 2007년엔 선글라스를 쓴 공작 담당자와 함께 언론에 등장해 자화자찬을 늘어놓았다. 공작 담당자의 얼굴을 공개하는 정보기관은 세계에서 ‘김만복 국정원’이 유일했을 것이다.

그의 이번 돌출 행동은 어떤 사람을 국정원장에 앉혀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다시 제기한다.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을 앉히는 전통은 이명박 정부에서도 이어졌다. 국정원장이 국가안보 관련 국내외 정보수집 및 판단보다 정권 지키기 정보에 더 많은 관심을 쏟는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