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 12일 수요일
過복지… 착한 납세자는 세금苦… 나라는 빚더미
올해 1월 1일자 뉴욕타임스엔 취직을 못해 부모 집에 얹혀사는 스페인 인문학 박사(33), 번듯한 일자리 대신 남들이 장애급여를 받을 수 있게 허위 서류나 만들어주며 사는 이탈리아 법학 석사(29)의 스토리가 소개됐다. 기성세대가 흥청망청 복지 혜택을 누린 탓에 이들 유럽 젊은이는 경제침체와 재정위기 속에 일자리도, 미래도 잃어버린 세대가 됐다. 최근 유럽을 휩쓴 대학생 시위가 ‘등록금 인상 반대’를 내걸었지만 본질은 “젊은 세대 몫을 미리 먹어버린 선배 세대에 대한 분노”라고 줄리아노 아마토 전 이탈리아 총리는 지적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10일 “서민과 중산층의 희망을 뺏는 한국병(病)이 우리 사회를 짓누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무상급식 무상의료 무상보육을 ‘시대적 요구이고 공동체 회복의 핵심 요소’라고 했다. 민주당 추산대로라면 무상급식에 연간 2조 원, 무상의료에 연간 8조1000억 원이 필요하다. 여기에 무상보육, 대학생 반값 등록금, 무상주택까지 하겠다면 예산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난다. 복지 혜택엔 ‘중독성’이 있어 한 번 늘리면 되돌릴 수도 없다.
투자·일자리 줄고, 성장 둔화돼 서민에게 직격탄
민주당은 ‘부자감세’를 철회하고 4대강 예산을 삭감하면 추가 부담이 없다지만 어림도 없는 얘기다. 결국은 땀 흘려 일하는 다수 국민의 세금 고통을 가중시키지 않고는 복지 재원(財源)을 마련할 길이 없다. 다른 방법이 있다면 국가 빚을 계속 늘려 나가는 것인데, 그렇지 않아도 올해 국가 채무는 총 436조8000억 원 규모로 작년보다 10%나 늘어나고 이자 비용 역시 23조 원에 육박하는 불안한 상황이다. 국가 채무가 다른 나라보다 빠르게 늘어나는 데다 세계에서 가장 급속하게 고령화로 치닫고 있고, 통일 대비라는 특수한 재정 수요도 기다리고 있다.
재정이 부실해지면 작은 경제 충격에도 전체 국민이 힘들어진다. 일자리가 사라지고, 소득이 줄고, 투자가 위축돼 온 국민의 장래가 암담해진다. 그 고통은 부자가 아니라 저소득 서민층부터 먼저 겪게 된다. 지나친 복지를 위해 세금을 자꾸 늘리면 부자는 국내에서 투자하지도, 소비하지도 않고 돈을 해외로 내보낼 가능성이 커진다. 이에 따라 돈이 덜 돌게 되는 나라는 사회 전체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6일 무상의료를 당론으로 발표하면서 “금융·임대소득에 건강보험료를 부과하고 국고 보조를 늘리면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나 대한병원협회는 현행 월평균 1인당 건강보험료(3만700원)의 3배인 9만5300원을 내야 한다고 계산했다. 이 같은 급속한 부담 증가를 모든 보험료 납부자가 가볍게 감내할 수 있겠는가.
무상의료를 도입하려면 기업 추가부담금(6조2000억 원)과 국고지원금(3조2000억 원)의 추가 투입도 필요하다. 국고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라 고스란히 국민 세금이다. 보험료 추가 부담이 힘겨운 기업은 고용을 기피할 것이다. 무상의료가 아니라 세금폭탄이요, 일자리 박탈이다. 복지 과잉과 기업 부담 급증이 계속되면 외국 기업도 등을 돌릴 것이다. 퍼주기 복지 탓에 국민 세금은 세금대로 늘어나고 국가 재정은 나날이 악화되며 외자(外資)마저 떠나면 경제 성장도 멈추게 된다. 그러면 이 나라 5000만 국민은 먹고살 것을 잃는다. 기성세대의 아들딸, 그리고 손자손녀 세대의 삶이 더 불행해지기 쉽다. 이런 재앙이 보이는데도 당장 국민을 속여 복지 포퓰리즘 경쟁으로 인기를 얻으려는 정치인들은 대죄(大罪)를 짓고 있다고 우리는 본다.
우리나라의 예산 대비 복지비용 비율이 28%로 스웨덴 덴마크 같은 북유럽형의 절반 수준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의 경제수준 역시 이들 나라에 못 미친다. 세금 부담도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그리스나 포르투갈은 경제 수준을 생각하지 않고 복지 혜택만 늘려 나가다가 국가가 파산 상태에 빠졌다. 우리가 같은 길을 가서는 안 된다. 좌파 성향이 강한 유럽의 젊은이 사이에서도 복지와 노동 보호를 강조한 좌파 정당과 노조 때문에 자신들이 손해를 본다며 부정적 인식이 늘어나고 있다.
무상급식세대 커서 ‘분노의 데모’ 하는 날 올 것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한국인은 보편적 복지를 지향하고 소득격차 해소에 국가가 적극 개입해야 한다”면서도 “복지 확대를 위해 세금을 늘리는 데는 부정적”이라고 발표했다. 복지는 공짜가 아니라 세금이라는 데 유권자들은 눈을 부릅뜰 필요가 있다. 좌파 진영은 2012년 총선과 대통령선거 승리를 위해 ‘무상’만 내세울 뿐 세금은 언급조차 하지 않지만 결국은 증세(增稅)로 갈 수밖에 없다. 중산층 이상까지 혜택을 나눠 주느라 정작 촘촘한 사회안전망이 필요한 저소득층은 필요한 지원을 못 받을 공산이 크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금처럼 사회복지 지출 증가세가 지속될 경우 10년 안에 나라 재정은 지금 재정위기를 겪는 남유럽처럼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상급식으로 큰 아이들이 10년 후 일자리는 없고 세금은 과중하고 곳간은 빈 나라에서 ‘분노의 데모’를 하도록 오늘의 나쁜 정치인들이 씨앗을 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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