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방형남]
런민일보 한국판
▷협회 결성으로부터 74년이 흘렀지만 중국 정부의 언론관(觀)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지난해 기자의 날 기념식에서 리창춘(李長春) 정치국 상무위원은 “언론인은 공산당의 주장과 민중의 목소리를 통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 위원은 언론 자유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고 일방적인 주문만 늘어놓았다. 세계 2위의 경제대국 중국에서 기자들은 여전히 초보적인 언론 자유마저 누리지 못하고 있다. 중국 언론은 정부의 보도 통제에 눌려 지난해 류샤오보(劉曉波) 씨의 노벨 평화상 수상 소식도 제대로 전하지 못했다.
▷서울에서 발행되는 런민(人民)일보 한국판은 북한의 연평도 도발을 남북 간 영해와 영토의 주권 다툼으로 규정하고 북한의 대화 요구를 묵살한 미국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필자는 런민일보 한국판 대표인 쉬바오캉(徐寶康) 씨다. 쉬 대표는 서울과 평양 특파원을 지내 남한과 북한을 동시에 잘 아는 대표적인 중국 언론인으로 통한다. 그런 그가 북한 편을 드는 편향된 기사를 한글로 써 한국 독자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쉬 대표는 먼저 포를 쏜 쪽이 어디인지를 아직도 모르는 듯하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런민일보의 체통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현재 한국에서 발행되는 런민일보 관련 신문은 3개다. 런민일보와 런민일보 해외판이 중국어로, 런민일보 한국판이 한글로 발행된다. 중국에서는 외국 언론이 중국어 신문을 발행할 수 없지만 런민일보는 한국에서 언론 자유를 충분히 누리고 있다. 런민일보 한국판은 최근 광고에서 런민일보 해외판을 ‘중국의 세계화, 세계의 중국화를 위한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런민일보 한국판의 편향보도가 한국의 중국화 시도는 아니기를 바란다. 중국은 국가관계의 상호주의에 따라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옌지(延吉)에서 한국 신문의 중국판 발행을 허용해야 한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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