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와 개신교는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이요 하느님의 아들이시라고 고백하는 같은 그리스도교입니다. 그러나 같은 신앙을 고백하는 그리스도교이면서도 천주교와 개신교는 교리와 실천에서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 차이는 천주교와 개신교의 대화와 일치 노력에 걸림돌이 되기도 합니다.
'일치 기도 주간'을 맞아 그 차이는 무엇이며 특히 이와 관련해서 개신교 신자들이 내세우는 주장에 대해 우리 천주교 신자들은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 것인지를 3회에 걸쳐 알아봅니다.
**성경만으로?
개신교 신자들은 성경에 최고 권위를 부여합니다. 성경은 글로 쓰인 하느님 말씀이기 때문입니다. 이 점은 천주교도 마찬가지지요. 다만 가톨릭은 성경만이 아니라 성전(聖傳) 곧 교회에 맡겨진 하느님 말씀도 똑같이 존중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성경만으로!'를 외치며 성전의 권위를 부정하는 개신교 신자들에게 우리는 어떻게 답변할 수 있을까요? 개신교에서 가톨릭으로 개종한 한 신학자에 따르면 '성경이 어떻게 해서 성경이 됐느냐'고 되묻는 것이 좋은 답변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좀 더 살펴봅니다.
가톨릭에서는 구약 46권 신약 27권, 모두 73권을 성경으로 인정합니다. 반면에 개신교에서는 구약 39권, 신약 27권 등 모두 66권만을 성경으로 인정하지요. 이렇게 66권을 성경으로 최종 선언한 것은 1647년 웨스터민스터신학자 총회에서였다고 합니다. 말하자면 공동체, 곧 교회 공동체가 선언한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성경은 교회를 전제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신약성경이 글로 기록되기 훨씬 이전부터 이미 사도들로부터 이어오는 교회 공동체가 존재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교회가 '이것은 성경이다. 이것은 아니다'하고 결정한 것이지요.
그렇다면 교회는 무슨 권위로 '성경이다' '아니다'를 가려낼 수 있었을까요? 요한복음은 "예수님께서는 이 책에 기록되지 않은 다른 많은 표징도 제자들 앞에서 일으키셨다"(20,30)고 기록합니다. 또 마지막 부분에서 "예수님께서 하신 일은 이 밖에도 많이 있다. 그래서 그것들을 낱낱이 기록하면, 온 세상이라도 그렇게 기록된 책들을 다 담아내지 못하리라고 나는 생각한다"(21,25)고 적고 있지요.
성경에 기록되지 않은 예수님의 이런 행적과 가르침들은 사도들을 통해서 교회 공동체에 전해진 것입니다. 교회는 글로 기록되지는 않았지만 사도들과 그 후계자들을 통해서 교회 공동체에 전해진 예수님 말씀과 행동에 비춰, 그리고 성령의 도우심에 힘입어 '성경이다', '아니다'를 가릴 수 있었던 것이지요. 이렇게 교회에 맡겨진 말씀을 가톨릭교회는 성전, 곧 거룩한 전통이라고 부릅니다 .
그래서 가톨릭교회는 성경 곧 글로 기록된 하느님 말씀과 성전 곧 사도들을 통해서 교회에 전해지고 위탁된 말씀을 "똑같이 경건한 애정과 존경으로써 받아들이고 공경해야 한다"(계시헌장 9항)고 가르치는 것입니다.
**믿음만으로?
'예수 천국, 불신 지옥'.
거리에서 혹은 전철에서 흔히 듣게 되는 이 말은 마르틴 루터가 프로테스탄트 개혁을 일으키면서 외친 '오직 믿음만으로!'란 구호의 현대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천주교회는 믿음만 있어서는 안 되고 믿음에 상응하는 실천이 따라야 한다고 강조해 왔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전통적으로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의 큰 차이 가운데 하나로 여겨져 왔지요.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특히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가톨릭과 루터교의 대화가 촉진되면서 이런 대립된 생각이 상당 부분 해소되기에 이르렀습니다. 마침내 지난 1999년 교황청 그리스도인 일치촉진평의회와 루터교세계연맹은 이 부분에 대해 원칙적 합의를 이뤘습니다. 그 핵심 내용을 조금 쉽게 푼다면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간은 믿음으로써 의롭다고 인정받는다. 곧 구원받는다. 이 믿음은 성령을 통해서 주시는 하느님의 은총이다. 이 은총의 힘으로 이제 우리는 바른 행동을 할 수 있다.'
말하자면 믿음으로써 의롭게 된다는 것과 믿음을 행동으로 드러냄으로써 의롭게 된다는 것이 대립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참다운 믿음은 또한 바른 실천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는 셈이지요.
그렇다면 '실천이 없는 믿음은 죽은 믿음이다'(야고 2,17)는 말씀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이와 관련해서 가톨릭교회에는 옛날부터 내려오는 훌륭한 명제가 있습니다 .'은총은 본성을 파괴하지 않으며 오히려 전제하고 완성한다.'
이 말은 하느님 은총은 인간의 협력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하느님 은총이 우리를 이끌어 우리가 하느님 은총 안에 살려면 우리 자신이 바르게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것은 또한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주신 이유이기도 하다고 봅니다.
따라서 가톨릭이 믿음만이 아니라 실천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것은 하느님 모상으로 창조된 인간의 자유와 책임이 그만큼 무겁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창훈 기자 / changhl@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