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권순택]
吳시장과 與小野大의회의 대결
민주당이 의석의 77%를 차지한 서울시의회는 올해 예산에서 752억 원 규모의 서해뱃길사업 예산을 모두 삭감했다. 한강을 서해로 연결시켜 수상관광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오세훈 시장의 2006년 선거 공약인 이 사업은 2008년 시작돼 이미 286억 원이 들어갔다. 의회가 전시용 사업이라며 중단시켜 혈세 286억 원은 매몰비용으로 날아가 버릴 상황이 됐다.
민주당 시의원들은 자기 당 소속 시장이 이 사업을 추진했어도 예산을 모조리 잘랐을까. 실은 2006년 서울시장 선거 때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 강금실 후보도 ‘한강 임진강 하구에서 서울까지 뱃길이 열리는 평화의 트라이앵글을 구축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2007년 대선 때 “서울을 항구도시로 만들겠다”고까지 공약했다. 그는 “60년 동안 서울은 한강 하구를 이용하지 못한 호수도시였다”면서 “임진강과 만나는 한강 하구를 개발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이 장악한 시의회가 서해뱃길 사업을 중단시킨 것은 시장이 반대당 소속이라는 이유가 결정적인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국회에서 위헌 법률을 만들 수 없듯이 지방의회도 법령에 위배되는 조례 제정이나 결정을 할 수 없는 건 당연하다. 그게 법치주의다. 오 시장과 의회의 갈등은 상당 부분 의회가 법을 무시해서 비롯됐다. 의회는 시가 편성하지도 않은 695억 원의 무상급식 예산을 신설했다. 전면 무상급식에 대한 찬반을 떠나 시의 예산 편성권을 빼앗은 위법이다. 지방자치법 제127조에는 ‘지방의회는 자치단체장의 동의 없이 지출 예산 각 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로운 비용항목을 설치할 수 없다’고 돼 있다. 견제와 균형의 원칙에 따라 예산의 편성 집행권은 시장, 심의 승인권은 의회가 갖도록 돼 있다. 이것이 재정(財政)민주주의다. 교육감의 권한인 무상급식을 시장에게 강제로 시행하라는 조례도 학교급식법 위반이다.
서울시민들이 한나라당 출신 오 시장을 뽑으면서 여소야대 의회를 만든 건 양보와 타협의 정치를 주문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의회가 법과 조례, 민주주의 원칙을 무시하고 힘의 정치를 계속하면 시장과의 대립과 갈등은 끝날 수 없다.
여소야대는 한국 정치에서 여전히 낯설다. 국회는 1988년 총선 이후 네 차례 여소야대가 됐지만 3당합당 정당연합 의원 빼오기 등으로 여대야소로 되돌아갔다. 미국 의회는 1953년 이후 57년 동안 29번의 선거에서 18번(62%)이나 여소야대가 됐다. 우리나라가 민선 시도지사를 선출하기 시작한 1995년 이후 4기까지 시도 의회가 여소야대였던 경우는 1기 때 강원도와 4기 때 제주도뿐이다. 현재 5기에서는 서울 경기 강원 충남 경남 제주 등 6개 시도지사가 여소야대 의회를 상대하고 있다. 서울이 유독 시장과 의회의 갈등이 첨예한 것은 시의회의 무리수 때문이라고 보는 게 객관적일 것이다.
한 전직 도지사는 “의회가 여소야대인 상황에서 단체장은 정치력을 발휘해 계속 대화하고 설득하는 것이 기본”이라면서도 “의회가 권한을 일탈해 위법 행위를 하고 도저히 양보할 수 없는 방향으로 간다면 단체장은 정치적 승부수를 띄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과 의회의 갈등은 피해가 주민들에게 돌아온다는 점에서 불행이다. 오 시장이나 주민들이 주민투표라도 발의해서 의회를 바로잡는 행동에 나서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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