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베들레헴에 가면 주님 탄생 성당이 있고, 그곳에는 아기 예수님이 탄생하신 곳이라 전해지는 예수님 탄생 동굴이 있다. 베들레헴은 해발 777m 산악지대에, 동굴이 벌집처럼 많은 석회암 언덕의 비탈에 있다. 그렇기에 당시 베들레헴 사람들은 동굴을 손질해 물건 저장고, 마구간, 임시 가옥 등으로 일상에서 많이 활용했다.
또 들판에서 양을 치던 목동들은 밤에는 양들을 동굴로 데려가 짐승들에게서 보호하곤 했다. 우리나라에선 동굴이 흔치 않아 마구간과 동굴의 연결이 어색하지만 그곳 사람들에겐 그것이 일상이었던 것이다.
실제 성경에서도 동굴은 짐승의 처소, 또는 사람의 거주지나 도피처로 등장한다. "그 굴에는 사자가 일곱 마리 있었는데, 날마다 사람 몸뚱이 두 개와 양 두 마리를 먹이로 주었다. 그러나 그때에는 사자들이 다니엘을 잡아먹게 하려고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다니 14,32), "오바드야는 이제벨이 주님의 예언자들을 학살할 때, 예언자 백 명을 한 동굴에 쉰 명씩 숨기고 빵과 물을 대 주었다"(1열왕 18,4).
성경에서 동굴은 무덤으로도 많이 등장한다. "그 동굴은 가나안 땅 마므레 맞은쪽 막펠라 밭에 있는 것으로, 아브라함께서 그 밭을 히타이트 사람 에프론에게서 묘지로 사 두셨다"(창세 49,30), "예수님께서는 다시 속이 북받치시어 무덤으로 가셨다. 무덤은 동굴인데 그 입구에 돌이 놓여 있었다"(요한 11,38).
이스라엘은 전 지역에 많이 분포된 석회암이 산과 구릉지를 형성하고 있다. 그래서 땅을 파 시신을 매장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대신 주변 낮은 산에 석회석으로 된 천연 동굴이 많아 유다인들은 시체를 동굴에 매장하거나 바위를 파 인공 동굴을 만들어 무덤으로 사용했다.
예수님께서도 돌아가신 후 바위를 깎아 만든 무덤에 묻히신다. "요셉은 아마포를 사 가지고 와서, 그분의 시신을 내려 아마포로 싼 다음 바위를 깎아 만든 무덤에 모시고, 무덤 입구에 돌을 굴려 막아 놓았다"(마르 15,46). 유다인들은 무덤 입구 바닥에 홈을 파고 둥근 돌로 막았는데, 이는 사람들이나 짐승들이 드나들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유다인들 장례식은 무덤 입구를 막고 인봉을 한 뒤 회칠을 하는 것으로 끝난다.
유다인들은 죽으면 동굴에 묻혔기에 동굴은 죽음과 암흑의 세계를 상징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리스도의 부활과 함께 동굴은 생명이 깃들어 언젠가는 새롭게 탄생한다는 것을 의미하게 됐다. 우리가 부활절에 나누는 달걀은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동굴을 상징하기도 한다.
교회에서 동굴은 성인들과 관계가 깊다. 동굴의 성자라 불리는 안토니오 페체르스키 성인은 생애 절반 이상을 동굴에서 지내며 기도와 묵상, 극기의 삶을 살았다. 베네딕토성인도 동굴에서 은수자로 3년간 혼자 살았다. 이냐시오 성인도 화려한 옷을 벗고 고행의 복장을 한 채 10개월 정도를 동굴에서 기도와 극기의 생활을 했는데, 이때 영신수련의 기본 원리와 요점을 기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