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예수님은 아침에 부활하셨다. 그림은 지그 쾨더가 그린 '호숫가의 아침'. |
새해 아침을 '원단'(元旦)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원(元)이란 으뜸을 의미하고, 시간적으로는 한해의 첫 시작일인 1월 1일을 가리킨다. 그리고 단(旦)은 태양이 솟는 모습을 본뜬 글자로 아침을 뜻한다.
이처럼 원단은 1월 1일 새해 첫날 첫 아침을 의미하는 희망찬 단어다. 새해 첫날은 누구나 한해의 계획을 세우고 소망을 기원하며 가족 간 사랑 속에서 희망의 미래를 설계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처럼 아침의 상징적 의의는 떠오르는 태양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래서 고대에는 태양을 향해 아침기도를 드리는 풍습이 널리 퍼져 있었다. 고대 이집트 사상에 의하면 태양신은 매일 아침 하루 일정을 시작하기 전에 하늘의 대양에서 몸을 씻었다고 한다. 무속신앙에서도 밤에는 요귀들이 자유로이 배회하다가 빛이 비쳐오는 아침이 되면 힘을 잃고 활동을 멈춘다. 서양 민담 역시 악마나 흡혈귀와 같은 악한 정령들은 새벽이 오면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보통 이들은 어둠을 좋아하고 빛을 싫어하며, 특히 햇빛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성경에서 빛과 아침은 하느님, 그리고 창조사업을 상징한다. "빛을 낮이라 부르시고 어둠을 밤이라 부르셨다.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첫날이 지났다"(창세 1,5). 또 일반적으로 아침은 좋은 시작을 상징한다. "사자들은 사냥 거리 찾아 울부짖으며 하느님께 제 먹이를 청합니다. 해가 뜨면 물러나서 제 보금자리로 들어가고 사람은 일하러, 저녁까지 노동하러 나옵니다"(시편 104,21-23). 특별히 아침은 하느님께 기도를 드리는 시간이다. "주님, 아침에 제 목소리 들어 주시겠기에 아침부터 당신께 청을 올리고 애틋이 기다립니다"(시편 5,4). 아침은 또 구원의 시간과 관계가 깊다. "그리고 아침이 되면, 너희는 주님의 영광을 보게 될 것이다. 주님께서는 너희가 주님께 불평하는 소리를 들으셨다. 도대체 우리가 무엇이기에 너희가 우리에게 불평하느냐?"(탈출 16,7).
하느님께서 시나이산에 위엄하신 모습을 나타내신 것도 아침이었다. "셋째 날 아침, 우렛소리와 함께 번개가 치고 짙은 구름이 산을 덮은 가운데 뿔 나팔 소리가 크게 울려 퍼지자, 진영에 있던 백성이 모두 떨었다. 하느님을 만날 수 있도록 모세가 백성을 진영에서 데리고 나오자 그들은 산기슭에 섰다"(탈출 19,16-17).
신약성경에서 아침은 예수님과 관계가 깊다. 예수님께서 마지막 만찬을 하시고 죄인들 손에 결박되어 재판을 받기 위해 빌라도에게 인도된 시간도 아침이었다. "아침이 되자 수석 사제들은 곧바로 원로들과 율법 학자들, 곧 온 최고 의회와 의논한 끝에, 예수님을 결박하여 끌고 가서 빌라도에게 넘겼다"(마르 15,1).
예수님께서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신 것과(루카 24,1-3) 부활하신 주님께서 사랑하는 제자들에게 나타나 식사를 준비해주신 때도 아침이었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와서 아침을 먹어라'하고 말씀하셨다. 제자들 가운데에는 '누구십니까?'하고 감히 묻는 사람이 없었다. 그분이 주님이시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요한 21,12).
특별히 그리스도교의 세례는 아침과 태양의 상징적 의미와 연결돼 있어서, 교회는 세례를 받아 하느님의 사람이 된 이를 '빛의 자녀'라 부른다. "여러분은 한때 어둠이었지만 지금은 주님 안에 있는 빛입니다. 빛의 자녀답게 살아가십시오"(에페 5,8). 우리가 늘 새로운 아침처럼 살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