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에 가입하고 당비 명목의 후원금을 낸 혐의로 기소된 전현직 교사와 공무원들은 2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1심 판결을 선고받은 직후 대체로 표정이 밝았다. 어떤 피고인들은 기쁜 마음을 환한 웃음으로 내보이기도 했다. 이날 법정에 섰던 교사와 공무원들은 기대했던 것보다 판결 결과에 만족스러워하는 듯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민노당 당원 가입 혐의로 기소된 237명은 ‘죄를 물을 수 없다’는 면소(免訴) 판결을 받았고 공소시효가 남아 있었던 23명은 무죄 선고를 받았다. 후원금 납부 혐의는 유죄가 인정되긴 했지만 벌금 30만 원과 50만 원이라는 가벼운 형이 선고됐다. 이달 초 검찰이 결심공판에서 정진후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에게 징역 1년을, 나머지 관련자들에게 징역 6∼10개월, 벌금 100만∼150만 원을 구형한 것과 비교해 봐도 형량이 확연히 낮다.
피고인들이 유리한 판결을 받게 된 것은 변호인이 검찰과의 법정공방에서 재판부를 잘 설득했기 때문일 수 있다. 그런데 본질적으로는 검찰이 교사와 공무원들을 기소하면서 확실한 물증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도 26일 “기소된 사람들이 민노당 당원으로 활동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유죄로 인정할 만한 ‘똑떨어지는’ 증거가 없거나 부족하다는 얘기였다.
이를 두고 검찰 내에서는 지난해 2월 초 민노당이 검찰과 경찰의 수사에 거세게 반발하면서 민노당 웹사이트 서버에서 하드디스크를 밀반출한 사건을 떠올리며 안타까워하는 분위기가 있다. 교사와 공무원들이 민노당 당원으로 가입하고 당내 투표에 참여한 기록 등이 남아있을 것으로 짐작됐던 이 하드디스크를 확보했다면 공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쓰였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2월 검찰과 경찰은 민노당 서버가 있던 경기 성남시 분당구 KT 인터넷데이터센터(IDC)로 압수수색을 하러 나갔지만 하드디스크가 모두 밀반출된 뒤여서 허탕을 치고 말았다. 이후 검찰은 다른 증거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결국 하드디스크만 한 확실한 자료를 찾지 못했고 5월 관련자 273명을 재판에 넘기면서 수사를 마무리했다.
민노당 관계자들의 하드디스크 밀반출이 결과적으로는 교사들과 공무원들이 가벼운 처벌을 받도록 영향을 줬다는 점을 완전히 부정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개인이든 정당이든 갑작스럽게 범죄수사를 당하면 반발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에게 표를 달라고 호소하는 성숙한 민주 정당이라면 증거를 숨기는 데 급급하기보다 법 집행에 의연하게 응하는 게 정도(正道)일 것이다.
이태훈 사회부 jefflee@donga.com
그도 그럴 것이 민노당 당원 가입 혐의로 기소된 237명은 ‘죄를 물을 수 없다’는 면소(免訴) 판결을 받았고 공소시효가 남아 있었던 23명은 무죄 선고를 받았다. 후원금 납부 혐의는 유죄가 인정되긴 했지만 벌금 30만 원과 50만 원이라는 가벼운 형이 선고됐다. 이달 초 검찰이 결심공판에서 정진후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에게 징역 1년을, 나머지 관련자들에게 징역 6∼10개월, 벌금 100만∼150만 원을 구형한 것과 비교해 봐도 형량이 확연히 낮다.
피고인들이 유리한 판결을 받게 된 것은 변호인이 검찰과의 법정공방에서 재판부를 잘 설득했기 때문일 수 있다. 그런데 본질적으로는 검찰이 교사와 공무원들을 기소하면서 확실한 물증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도 26일 “기소된 사람들이 민노당 당원으로 활동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유죄로 인정할 만한 ‘똑떨어지는’ 증거가 없거나 부족하다는 얘기였다.
이를 두고 검찰 내에서는 지난해 2월 초 민노당이 검찰과 경찰의 수사에 거세게 반발하면서 민노당 웹사이트 서버에서 하드디스크를 밀반출한 사건을 떠올리며 안타까워하는 분위기가 있다. 교사와 공무원들이 민노당 당원으로 가입하고 당내 투표에 참여한 기록 등이 남아있을 것으로 짐작됐던 이 하드디스크를 확보했다면 공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쓰였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2월 검찰과 경찰은 민노당 서버가 있던 경기 성남시 분당구 KT 인터넷데이터센터(IDC)로 압수수색을 하러 나갔지만 하드디스크가 모두 밀반출된 뒤여서 허탕을 치고 말았다. 이후 검찰은 다른 증거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결국 하드디스크만 한 확실한 자료를 찾지 못했고 5월 관련자 273명을 재판에 넘기면서 수사를 마무리했다.
민노당 관계자들의 하드디스크 밀반출이 결과적으로는 교사들과 공무원들이 가벼운 처벌을 받도록 영향을 줬다는 점을 완전히 부정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개인이든 정당이든 갑작스럽게 범죄수사를 당하면 반발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에게 표를 달라고 호소하는 성숙한 민주 정당이라면 증거를 숨기는 데 급급하기보다 법 집행에 의연하게 응하는 게 정도(正道)일 것이다.
이태훈 사회부 jeff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