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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쇼트트랙 박승희 "현선아 그만 울어"

namsarang 2011. 2. 2. 22:51

[동계AG]

 

女쇼트트랙 박승희 "현선아 그만 울어"

 

 

"축하를 해주셔야죠"

 

어린 나이에 누구 못지않게 국제대회 경험이 많지만 유독 금메달과는 인연이 많지 않았던 여자 쇼트트랙의 간판스타 박승희(19·경성고)가 마침내 우승의 한을 풀었다.

박승희는 2일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의 실내 사이클링 아레나에서 벌어진 제7회 아스타나-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금메달과 은메달을 석권했던 이틀 전 1,500m 경기 결과와는 반대로 이번에는 박승희가 금메달을, 1,500m 우승자 조해리(25·고양시청)이 은메달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1,500m 경기에서 조해리의 조력자 역할을 했던 박승희는 이번에는 '맏언니'의 도움을 받아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설 수 있었다. "원래 저는 금메달을 잘 못따는데, 늘 2등 아니면 3등?"이라며 활짝 웃은 박승희는 "해리 언니가 너무 많이 도와주셨다. 너무 기쁘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박승희는 대회를 앞두고 허리를 다쳐 힘들어 했다. 통증은 대회 기간 내내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집중력을 발휘한 투혼의 질주로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를 수확하는 값진 성과를 이뤄냈다. 두번째 은메달은 곧이어 열린 계주에서 나왔다.

또 한번 개인전 금·은메달을 휩쓴 여자 대표팀은 기세를 몰아 계주 3,000m 우승에 도전했다. 작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고도 어이없는 실격 판정에 금메달을 내준 눈물의 종목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일본에 발목이 잡혔다. 7바퀴를 남겨둔 상황에서 출전선수 4명 중 막내인 황현선(18·세화여고)이 코너에서 넘어진 일본 선수의 몸에 걸리는 바람에 미끄러진 것이다. 결국 대표팀은 아쉬운 은메달에 머물고 말았다.



박승희를 비롯한 여자 선수들은 좌절하지 않았다. 레이스가 끝나자마자 자책감에 하염없는 눈물을 쏟아낸 황현선을 위로하며 서로를 감쌌다. 박승희는 "1등 못해서 아쉬운 건 없다. 다만 현선이가 너무 많이 울어 마음이 아프다. 다른 3명은 대표팀에 오래 있었지만 현선이는 아직 경험이 없어서 이게 끝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다음에 1등하면 된다고 위로해줬다"고 말했다.

박승희 역시 아직 어린 나이지만 의젓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소녀다운 발랄함도 숨기지 않았다.

감격적인 금메달과 아쉬운 은메달, 축하를 해야할 지 위로를 해야할 지 모르겠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박승희는 밝은 목소리로 "축하를 해주셔야 한다"며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