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찬식]
친환경 무상급식 쇼
1월 신선식품 물가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30.2% 상승했다. 다음 달 개학을 맞는 초중고교의 급식에도 비상이 걸렸다. 올해부터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충청북도는 연간 740억 원의 예산으로 급식을 운영해야 한다. 하지만 벌써 식료품 값이 많이 올라 식단의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 유상급식을 할 경우 물가가 오른 만큼 학부모에게 급식비를 더 요구할 수 있지만 무상급식을 선언한 이상 학부모에게 손을 내밀 수도 없는 형편이다. 교육청 측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3월부터 초등학교 무상급식을 시작하는 서울시교육청이 그제 ‘친환경 무상급식 건강식단 시연회’라는 행사를 열었다. 이전과는 차별화된 식단을 만들어 곽노현 서울시교육감과 학생들이 함께 시식(試食)을 했다. 서울시교육청 측은 이날 식단에 친환경 쌀 등 국내산 재료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화학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았으며 저염 저당 저지방식으로 만들었다고도 했다. 메뉴는 구절판 너비아니 들깨미역국 냉이된장국 등 기존 급식보다 수준이 높았다. 새 학기 무상급식에서도 같은 수준의 식단을 제공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충청북도에서는 급식의 질 하락을 걱정하는 반면 서울시에서는 급식에 대한 기대를 잔뜩 부풀리고 있으니 어느 쪽이 맞는지 혼란스럽다. 서울시교육청이 강조하는 ‘친환경 식단’을 내기 위해서는 일반 식품보다 1.5∼2.5배 비싼 친환경 재료를 써야 한다. 지자체 지원금을 합쳐도 한 끼 3000원이 안 되는 금액으로 감당이 될지 모르겠다. 화학조미료 없이 맛을 내고 저염 저당 식사를 만들려면 기본적으로 손이 많이 간다. 학교별로 수백, 수천 명을 상대로 한 집단급식에서 가능한 일인지 불확실하다.
▷학부모들도 시연회에 나온 식단이 실제 무상급식에서도 계속 제공될지 의문을 표시했다. 식료품 값이 상승할수록 서울시교육청의 약속은 실현 가능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7월 취임 이후 무상급식 도입에 매달려온 곽 교육감이 이 약속을 위해 또 어떤 무리수를 둘지 걱정이다. 학생들 먹이는 문제보다 훨씬 중요한 서울 교육의 수준을 높이는 일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날 시연회는 아무래도 눈가림 쇼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홍찬식 수석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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