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복음

연중 제7주일 원수사랑 = 예수님 따라 하기

namsarang 2011. 2. 19. 22:53

[생활 속의 복음]

연중 제7주일 원수사랑 = 예수님 따라 하기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연예인들을 흉내 내고 따라하듯이 우리 신자들은 예수님을 흉내 내고 따라합니다. 예수님의 헤어스타일이나 패션이 아니라 예수님 사랑과 행동을 따라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몇 년 전에 쓴 「예수님 흉내 내기」라는 책에서 예수님을 흉내 내자고 했고, 지난해 가을 출판한 책 「예수님 따라 하기」에서는 예수님 사랑을 따라하되 원수사랑까지 따라하자고 주장했습니다.

오늘 복음 말씀(마태 5,38-48)에서 예수님은 원수를 사랑하라 하시면서, 그래야 하느님 자녀가 될 수 있다고 가르치십니다. 원수 같은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에게 피해를 준 원수 같은 사람에게 앙갚음하고 보복하려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입은 피해에 복수하려는 인간 본성은 때 묻지 않은 어린아이들에게서도 발견됩니다. 한 아이가 다른 아이를 한 대 때리면 얻어맞은 아이는 두 대라도 때려서 앙갚음하려 합니다. 이런 인간의 악한 본성 때문에 예수님 시대 이전까지 이스라엘 율법에는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라는 '동태복수법(同態復讐法)'이 있었습니다. 동태복수법이란 같은 형태만큼만 복수해야지 자신이 당한 피해 이상으로 보복하지 말라는 가르침으로 피해를 최대한 줄이려는 법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눈을 찔리면 눈만 찌르지 코까지 찌르지는 말라, 이빨이 부러졌으면 상대방의 이빨만 부러뜨려야지 다리까지 부러뜨리지는 말라는 식이죠.

예수님은 복수하지 말고 오히려 원수에게 잘해주고 사랑하라고 가르치셨습니다. 그렇지만 예수님 가르침대로 원수를 사랑하고 미운 사람에게 잘해 주다가는 자신은 계속 피해만 입을 것입니다. '오른 뺨을 얻어맞고도 다른 뺨을 대주다'가는 뺨이 성할 날이 없을 것이고 '달라는 사람에게 주라'는 말씀처럼 달라는 대로 다 주다가는 자신을 위해서는 남는 것이 없을 것입니다.

원수까지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이런 가르침은 인간 본능적으로는 참으로 지키기 어렵습니다. 모든 사람이 다 지킬 수 있는 법은 아닌 듯합니다. 사실 모든 사람이 다 지킬 수도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럼 왜 지킬 수도 없는 법을 예수님이 말씀하셨을까요? 그 해답을 저는 이렇게 묵상합니다. "그 법을 지키는 사람에게 특별한 은총을 주시기 위해서다. 그 말씀을 지키는 사람에게는 하느님 나라에서 누릴 행복을 미리 맛보게 하려는 것이다." 말하자면 하느님 나라로의 '초대장'입니다. 원수를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하느님이 특별한 은총을 주신다는 하느님의 선포요, 공지사항이요, 초대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이 초대에 응할 것인지 사양할 것인지는 자유입니다. 주님 초대를 거절하고 인간 본능대로 원수를 미워하고 보복하면서 사는 사람은 하느님이 주시는 평화를 얻지 못할 것이고, 주님 초대에 응해서 원수를 사랑하고 원수에게 잘 해주는 사람은 이 세상에서 벌써 하느님 나라의 영원한 행복을 누릴 것입니다. 그래서 하느님 은총과 평화를 원하는 사람은 원수를 사랑하라는 주님의 가르침이 그토록 어려운지 알면서도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이 초대에 어떤 이는 응했고, 또 어떤 이들은 응하지 않았습니다. 구약시대 다윗은 자신을 죽이려 했던 원수인 사울을 죽일 수 있었으나 죽이지 않고 살려줬습니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하느님 초대에 응한 결과 다윗은 큰 은총을 받았습니다.

반면에 '원수를 사랑하라'는 주님 초대에 응하지 않고 원수를 미워하거나 보복한 사람도 많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의 결과는 뻔했습니다. 앙갚음을 하고 보복을 했을 때 일시적으로는 후련하고 시원했겠지만 끝내는 더 큰 불행과 더 큰 피해를 입었던 것입니다. 우리도 그와 비슷한 체험들이 있습니다.

큰 원수는 아닐지라도 자신에게 피해를 주는 원수 같은 사람들과 함께 살 수 밖에 없는 것이 우리 인생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그런 인생살이에서 피해를 받았을 때 보복하지 말고 잘 해주고 사랑해 주라고 가르치십니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이 초대에 응하는 사람에게 주님은 인간 상상을 초월한 은총을 주신다는 것을 우리는 의심 없이 믿습니다. 아멘.

                                                                                                                                                                박용식 신부(원주교구 횡성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