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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역사의 흐름’ 언제까지 거스를 건가

namsarang 2011. 3. 31. 23:23

[동아광장/함재봉]

北 ‘역사의 흐름’ 언제까지 거스를 건가

 

 

23년, 30년, 42년, 41년. 튀니지의 벤 알리 전 대통령, 이집트의 무바라크 전 대통령,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 시리아의 하페즈 알아사드 전 대통령과 그의 아들 바샤르 알아사드 현 대통령의 통치 기간이다. 97위, 116위, 48위, 112위. 현재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 시리아 국민의 개인소득 순위다. 재스민 혁명에 추풍낙엽처럼 무너졌거나 현재 심하게 흔들리고 있는 북아프리카 독재정권의 초라한 성적표다. 리비아의 개인소득 랭킹이 비교적 높은 이유는 그나마 세계 9위의 석유 보유량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그토록 장기집권하면서, 절대 권력을 휘두르면서 결국 국민을 위해서 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 정권들이다. 아니, 없는 정도가 아니라 국민을 얼마나 착취했고 국고를 얼마나 탈취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수치들이다.

그나마 튀니지의 벤 알리와 이집트의 무바라크는 평화로운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자 자발적으로 물러나는 최소한의 양심은 보였다. 그러나 리비아의 카다피는 시위를 무자비하게 진압하면서 결국은 국제사회의 개입을 불러오고 말았다.

오죽했으면 이미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고 경제는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미국이 또 전쟁을 선포했을까? 오죽했으면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그토록 반대했던 프랑스가 이번에는 총대를 메겠다고 했을까? 오죽했으면 아랍권의 일이라면 무조건 팔이 안으로만 굽던 아랍연맹이 카다피를 규탄하면서 서방국가를 돕는 군사력을 제공하기로 하였을까?

66년. 북한의 김일성, 김정일 부자 체제가 집권해온 기간이다. 0위. 북한의 개인소득은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랭킹에는 아예 수록되지도 않는다. 통계를 낼 수 있는 자료도 없을뿐더러 수치를 만들어 내더라도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재스민’에 놀라 핵보유 부르짖어

요즈음 외국의 국제정치 전문가들을 만나면 제일 먼저 물어오는 질문이 ‘북한에서도 재스민 혁명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다. 불행히도 그럴 가능성은 거의 전무에 가깝다고 답할 수밖에 없다.

 

재스민 혁명이 휩쓸고 있는 북아프리카와 중동 국가들은 지독한 독재에도 불구하고 위성방송, 무선전화, 인터넷 등이 널리 보급되어 있다. 이웃 국가는 물론이고 먼 외국에 대한 정보를 거의 무제한 접할 수 있고 수많은 외국 관광객을 접하면서 바깥 세상에 대해 소상하게 알고 있다. 가난을 피하여 외국으로 이주한 수많은 친척과 친구 역시 외부세계로의 창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에 비하면 북한은 완전히 닫혀 있는 별세계다. 따라서 북한에서 당장 재스민 혁명이 일어날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더하여 북한 정권은 재스민 혁명을 보면서 아주 못된 것만 배우고 있다. 카다피가 서방세계에 당하고 있는 이유가 일찍이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포기했기 때문이란다. 따라서 자기네는 더욱더 핵무기를 포기할 수 없고 더 많은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겠단다.

이 대목에서는 참으로 역사의 흐름이 야속하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개혁개방을 표방하던 중국이 톈안먼(天安門) 사태를 겪는 것을 보면서 북한은 더욱더 주체사상에 몰입하였다. 소련과 동구권이 몰락하고 절친하던 루마니아의 차우셰스쿠가 시민들에게 처형당하는 장면을 목격하면서 김일성은 체제의 빗장을 더욱 굳게 걸어 닫았다. 이제 재스민 혁명을 보면서 김정일, 김정은 부자는 더 많은 핵무기를 확보하겠다고 하니 왜 역사의 흐름은 북한만 비켜 가는지, 그리고 더 강고하게만 만드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 와중에서도 희망을 본다. 북아프리카와 중동의 독재 정권들이 무너지고 흔들리는 이유는 제국주의 세력이 주도하는 외부로부터의 공격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아무리 강력하고 무자비한 독재를 통해서도 결코 억누를 수 없는 시민들의 자유에 대한 갈망과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을 지키고자 하는 소박하지만 강렬한 욕구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탱크도, 미사일도, 핵무기도 누를 수 없다. 이것이 재스민 혁명의 진짜 교훈이다.

김정일-정은 부자, 착각서 깨어나길

서방세계의 군사 개입은 자유와 존엄에 대한 이 지역 주민들의 열망이 꺾이지 않도록 지켜주는 한도 내에서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물론 상황의 전개에 따라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는 전략이다. 그러나 리비아 군사작전 및 카다피 축출의 성공 여부와 무관하게 재스민 혁명은 인간의 자유를 향한 의지와 도도한 인류 역사의 흐름에 대한 신념을 회복하게 해주는 쾌거다.

국제사회에 식량을 구걸하면서 3대 세습을 획책하는 북한 정권이 핵무기가 자신들을 지켜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런 자가당착이 없다. 북한 정권의 적은 외부에 있지 않다. 그것은 언젠가는 내부에서 분출할 북한 인민의 자유에 대한 갈망과 때로는 유유히, 그러나 때로는 지진해일(쓰나미)같이 휩쓸고 가는 역사의 물결이다.

                                                                                                                                                                                              함재봉 아산정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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