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사설]
세계적 대학 위한 ‘서울대 법인화’ 방해 말아야
2011년 4월 2일 토요일
서울대 공무원노조 소속 교직원들이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설립준비위원회’에 노조 추천 인사를 참여시키라고 요구하며 총장실을 봉쇄하고 농성을 벌였다. 장염을 앓는 오연천 총장을 그제 오후부터 어제 새벽까지 12시간 이상 감금한 사태가 ‘지성의 전당’이라 할 서울대에서 벌어진 것은 딱한 일이다. 준비위는 서울대가 자율적 법인체제로 거듭나게 할 정관을 만들고 이사와 감사를 선임하는 기구다. 노조가 여기에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할 인사를 넣어달라고 요구하는 것부터 법인화의 취지와 한참 동떨어져 있다.
서울대가 세계적 수준의 대학으로 도약하려면 교육과학기술부의 무불간섭으로부터 벗어나 자율성을 보장받는 독립법인화가 절실하다. 작년 12월 국회를 통과한 서울대 법인화법의 취지는 서울대를 정부에서 독립시킴으로써 그물망 규제에서 탈피해 교육 연구 재무경영 및 인력운용의 자율권을 갖고 획기적 개혁을 하라는 것이다. 우리 국민이 법인 서울대에 기대하는 것도 글로벌 최고 수준의 대학, 즉 세계 최고의 인재들을 육성하는 대학으로 발전하라는 것이다. 인재가 곧 국가경쟁력이고,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국리민복의 증진에 결정적 요소이기 때문이다.
서울대 법인화 반대세력은 “서울대가 상업화로 가면 기초학문을 소홀히 하고 등록금도 올릴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기초학문 육성, 학비부담 최소화 같은 국립대로서의 공공성은 서울대 법인화법에 명시돼 있다. 이 법은 교직원들의 신분 불안 해소를 위한 임용특례 조항도 두고 있다. 교직원들도 자질과 능력을 함양함으로써 대학 발전에 더 기여하기 위해 노력할 책무가 있다.
그런데도 서울대 노조가 자신들의 요구를 문서로 보장하라며 총장까지 감금하고 농성을 벌인 것은 집단이기주의를 넘어선 불법 폭력이다. 일본에서는 “세계적 추세대로 대학에도 경쟁원리를 도입해야 한다”는 사회적 여론을 타고 2004년 89개 대학이 일제히 법인화됐지만 이런 사태는 없었다. 서울대 측은 총장 등이 감금된 상태에서도 법인화 추진의 원칙을 견지했다. 노조가 학교 측의 일관된 설명에 늦게나마 자진 해산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지난해 영국의 더타임스 고등교육(THE)이 발표한 세계 대학순위에서 도쿄대가 26위에 오른 것은 법인화를 통해 경쟁력을 키운 덕이 크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의 최고 대학이라는 서울대는 109위였다. 서울대를 이런 수준에 머물게 해놓고 대한민국의 지속적인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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