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

문양(박주택)

namsarang 2011. 4. 9. 13:33

 

 

문   양

 

                                                                                                                                                                      - 박주택 -

 

안내견 앞서가네, 눈을 끔벅 거리며

약국 앞 지나네 먼 길을 걸어온 듯 혀를 길게 빼물고

사람들이 비켜주는 길을 따라 토요일 속으로 걸어오네

벚꽃 피는 봄날이었네 마음이 도굴되는 봄날이었네

바람은 사랑에게서 불어오는 것이라고 아름다운 눈에서

불어오는 것이라고 꽃가지는 흔들고 모오든 노래들이 펄럭일 때

바람들 고요에 들어 고요의 상속을 기다리네

 

이렇게 흰 꽃잎 들여다보는데 마음은 피고 물은 흐르는데

고소한 기름 냄새 풍기는 봄날

바야흐로 빛을 배워 눈 열리는 봄날

놓친 것들이 돌아오는 길목

안내견 한 마리 눈을 끔벅거리며 성자처럼

흰옷을 펄럭거리며 꽃잎 속을 걸어오시네

사람들 다친 마음을 어루만지며

횡단보도 걸어오시네

 

 

박주택 :

1959년 충남 서산에서 태어났으며,

1986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꿈의 이동건축』 『방랑은 얼마나 아픈 휴식인가』 『시간의 동공』 등이 있음.

현대시작품상, 소월시문학상 등을 수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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