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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산전망대가 안보명소 되려면

namsarang 2011. 4. 9. 17:08

[기고/홍승표]

도라산전망대가 안보명소 되려면

 

홍승표 경기 파주시

부시장 시인       

사람들이 자유롭게 드나들지 못하는 지역이 있습니다. DMZ(De-militarized Zone)로 불리는 비무장지대는 군사적 시설과 행동이 금지되고 민간인의 출입이 엄격히 제한되는 곳이지요. DMZ는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남북 각 2km가 설정돼 있습니다. 이곳은 휴전 이후 60년 넘도록 사람의 발길이 끊어져 많은 동식물의 천국이 되었지요. 멧돼지와 고라니, 산양이 뛰어놀고 계절 따라 날아드는 철새들의 행렬이 장관을 이루는 곳입니다.

DMZ는 자연생태계의 보고(寶庫)입니다. 평화의 상징이기도 하지요. DMZ는 자유와 평화가 깃들기 위해서는 얼마나 오랫동안 참고 기다려야 하는지를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곳엔 판문점과 제3땅굴이 있고 최북단 마을 대성동이 있지요. 북한 지역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도라전망대도 있습니다. 도라전망대는 많은 관광객이 찾는 안보관광지입니다. 지난해에도 51만 명이 이곳을 다녀갔습니다. 그중엔 외국인 관광객만 24만 명이나 되고, 90% 이상이 중국인입니다.

중국인들이 제3땅굴과 이곳을 찾는 이유가 있다지요. DMZ 일대가 6·25전쟁 때 중공군이 참전한 곳으로 나름 의미가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형제자매들이 싸웠던 흔적과 그 체취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들은 이곳을 찾는 데 상당한 의미를 둔다고 합니다. 이런 사실을 북한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부담을 가질 수도 있지요. 북한을 찾는 중국인과 달리 DMZ에서 북한을 바라보는 중국인의 시각이 다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로서는 손해 볼 게 없는 일입니다.

도라전망대는 군사분계선 최북단에 자리 잡고 있어 개성공단과 개성시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송악산과 장단역, 북한 선전마을인 기정동과 김일성 동상도 보입니다. 그런데 시설이 오래돼 낡고 편의시설이 절대 부족한 실정입니다. 망원경이 노천에 있고 실내에 휴게공간이 없는 데다 화장실과 판매점이 별개 건물이라 불편합니다. 세계 유일의 DMZ 전망대 수준이 말이 아니지요. 우리나라의 국격(國格)이나 위상과도 거리가 멉니다. 지난해 이곳을 다녀간 외국인들에게 도라전망대의 인상이 어떻게 남아 있을까 걱정이 됩니다.

이제 도라전망대에서 북녘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도라전망대의 현주소를 바라봐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전망대 인근에 조망이 훨씬 좋은 곳이 있습니다. 그곳에 새로운 전망대를 지으면 되는 것이지요. 건축 형태도 과거의 군용 건물 형태가 아니라 인천 월미도나 경기 안양 예술공원 전망대처럼 수준 높게 지으면 좋을 것입니다. 전망탑과 안보체험관, 편의시설 등을 갖춰서 원스톱 관광이 가능하도록 한다면 금상첨화이겠지요.

병풍처럼 둘러싼 송악산이나 개성을 바라보며 차를 마시거나 식사를 할 수 있다면 상상만 해도 기막힌 일입니다. 북녘 한번 바라보고 스쳐 지나가는 그런 곳에서 넉넉한 시간을 두고 쉬어가는 공간이 될 것입니다. 실향민들에겐 꿈같은 일이지요. 통일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것입니다. 세계인들이 찾고 싶은 관광명소로 거듭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최근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하여 북한이 임진각을 조준사격하겠다는 말 한마디가 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진보와 보수 단체가 충돌하고 있지요. 관광객도 많이 줄었습니다. 북한은 이러한 상황을 즐기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들의 전략에 휘말려서는 안 됩니다. 더욱 굳건한 안보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겠지요. 도라전망대가 그 답을 줄지도 모릅니다. 전망대가 새로 지어지고 더 많은 국내외 관광객이 찾아들면 그 자체가 북한의 도발 야욕을 억누르는 힘이 될 것입니다. 지금 거듭나는 봄처럼 도라전망대의 재탄생을 기대해 봅니다.

                                                                                                                                       홍승표 경기 파주시 부시장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