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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 공포에 CT도 꺼려서야

namsarang 2011. 4. 9. 17:16

[기고/정재준]

방사능 공포에 CT도 꺼려서야

 

 

기사입력 2011-04-09 03:00:00 기사수정 2011-04-09 03:00:00  

 
정재준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일본 열도는 대지진 발생 후 지진과 지진해일(쓰나미)보다 더 큰 방사선 공포에 휩싸여 있다. 공기 중뿐만 아니라 수돗물과 우유, 채소 등 여러 먹을거리에서 방사선이 검출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일본과 가장 가까운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유례없는 방사선 공포 때문인지 최근 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X선 검사 시 방사선 노출에 대한 궁금증과 걱정도 증가하고 있다. 특히 CT나 X선 검사 시 노출되는 방사선량이 어느 정도인지, 암 유발 가능성은 없는지를 문의하는 환자가 적지 않다.

의학계에서는 방사선을 진단 및 치료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영상의학과에서는 X선이나 CT 등을 각종 질환을 정확히 진단하는 데 이용하고, 방사선종양학과에서는 여러 가지 암을 치료하는 데 방사선을 이용하고 있다. 일반적인 단순 X선 촬영으로 인체가 받는 방사선량은 0.1∼0.3mSv(밀리시버트), 흉부CT 1회 촬영의 경우 7mSv 정도이며, 유방 X선 사진은 0.6mSv, 두경부 CT와 복부 골반 CT 1회 촬영의 경우 각각 2mSv와 10mSv 정도이다. 방사선 피폭선량이 0∼250mSv이면 인체에 특별한 증상이 없으나, 500mSv 정도가 되면 백혈구 수가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00mSv부터는 몇 년 뒤 암 발생률이 증가하며, 2000mSv 이상을 한꺼번에 받게 되면 심한 장애를 일으키거나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최근 일본 후쿠시마 원전 3호기에서 작업을 하던 인력의 방사선 피폭선량이 최대 180mSv로 알려진 것을 감안할 때 CT나 X선 검사로 인해 받게 되는 방사선량은 그 정도가 미미해 안전한 수준임을 알 수가 있다.

적절한 의료용 방사선 검사의 실행 여부를 결정하는 데 이용되는 기준 개념인 ‘ALARA(As Low As Reasonably Achievable)’에 따르면 환자의 방사선 피폭선량은 방사선 진료의 가치를 손상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소한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다. 소량의 방사선이라도 꺼림칙하거나 노출되고 싶지 않을 때에는 X선이나 CT 검사 외에 초음파 검사나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받는 방법도 있지만, 모든 경우에 이들 검사가 X선 검사나 CT 검사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MRI의 경우 방사선이 아닌 고주파를 이용한 자기장의 원리를 적용한 검사이므로 방사선 노출이 전혀 없고, CT 검사에 비해 연부 조직의 대조도가 높아 뇌질환 및 근육, 인대, 관절 등의 검사에 많이 이용된다.

의료현장에서 불필요한 방사선 노출의 위험을 줄이려면 방사선 검사를 받을 때 환자 외에는 촬영실 밖에서 대기하고 어린이나 노약자를 부득이하게 부축해야 할 경우에는 꼭 납가운 같은 방어용 차폐물을 착용해야 한다. 임신부와 임신 가능성이 있는 경우 사전에 의사와 상의하여야 하며, 촬영실 내부에 탈의실이 있는 경우 방사선 검사 중에는 탈의실을 이용하지 않아야 한다.

 

 결론적으로 영상의학의 진단 분야에서 이용되는 방사선의 양은 소량이므로 오남용 없이 의사의 처방에 따라 CT 및 X선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방사선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 때문에 병을 조기에 발견할 기회를 놓쳐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정재준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