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뒤 한국을 빛낼 100인]
꿈 포기안한 내 친구… 따뜻한 눈빛의 이웃집 아저씨…
열정-인간애 넘친 보통사람도 ‘동아 100인’의 롤모델로 뽑혀
“어렸을 때 존경했던 위인들은 많은 경우 훌륭한 업적을 이루고 나서는 오만과 독단에 빠진 것 같아 실망했습니다. 위인이란 완벽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고,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세계가 주목하는 과학철학 분야 신진 학자인 장하석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자신의 ‘롤모델’로 25세에 요절한 친구를 꼽으며 이같이 말했다. 장 교수는 자신의 꿈을 끝까지 추구한 점, 불의에 도전한 점 때문에 친구를 존경한다고 했다.
올해 선정된 ‘동아 100인’은 대체로 화려하고 유명한 아이콘보다 가까운 곳에서 은은한 감동을 주는 평범한 사람들을 본받겠다고 말했다. 이름 없는 그들이 동아 100인을 이끈 것은 눈빛, 말 한마디에서 풀풀 풍기는 ‘인간애’와, 일과 삶에 대한 강한 ‘열정’이다.
○ ‘인간애’ 넘치는 보통사람
탈북 청소년을 가르치는 대안학교 ‘여명학교’를 설립한 조명숙 씨의 역할모델은 초등학교를 다녔던 1980년대 초 서울 노원구 상계동 ‘노원마을’에서 만난 이웃집 아저씨다. 제대로 걷지 못하고 손을 벌벌 떨었던 아저씨에게 동네 친구들과 짓궂게 돌을 던지곤 했지만 “이 예쁜 놈들 또 시작이다”라고 말하며 따뜻한 눈빛을 보냈던 아저씨다. 그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 따뜻한 눈빛은 조 씨가 탈북 청소년을 바라보는 눈빛으로 살아 있다. 조 씨는 훌쩍 큰 뒤에야 그 아저씨가 천상병 시인이었음을 알게 됐다.
진취적인 도전정신으로 젊은이들의 멘터로 떠오른 안철수 KAIST 석좌교수는 ‘열심히 살고 있는 모든 분’을 롤모델로 꼽았다.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않아도 한 분야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라면 존경하고 싶다고 했다.
행동하는 지성인 분야에서 동아 100인의 한 사람으로 선정된 손영래 보건복지부 사회정책분석담당관도 위인보다 주변 사람들에게 감탄한다고 전했다.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서) 나에게 없는 좋은 면들을 문득 깨달을 때 마음속 잔향이 오래간다”고 말했다.
○ 일과 삶에 대한 ‘열정’
동아 100인은 본받고 싶은 사람의 성과나 업적보다 일과 삶에 대한 뜨거운 열정에 더욱 주목했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영국 논리학자이자 철학자인 버트런드 러셀, 프랑스 사상가인 장 폴 사르트르의 지적 정열을 따르겠다고 밝혔다. 러셀은 1950년 78세의 나이에 노벨 문학상을 받은 뒤 핵무장 반대와 쿠바 위기 중재에 나서는 등 당대 현안에 개입하는 열의를 보였다.
시인 박형준 씨도 결과물보다 열정 때문에 피카소를 역할모델로 삼았다. 그는 “피카소의 그림을 사랑한다고 할 수 없지만 그의 일생을 본받고 싶다”고 했다. 그림에만 열정을 바친 피카소, 그가 죽었을 때 그의 침대에는 크레용이 흩어져 있었다. 행복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하다가 죽는 것이라는 얘기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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