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인생은 나그네 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구름이 흘러가듯 떠돌다/ 가는 길에/ 정일랑 두지 말자/ 미련일랑 두지 말자/ 인생은 나그네 길/ 구름이 흘러가듯/ 정처 없이 흘러서 간다"
얼마 전 평화방송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진행자가 정진석 추기경에게 애창곡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정 추기경은 몇 년 전 명동성당에서 '인생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두 시간 강연을 한 적이 있다. 이때 강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하숙생'을 노래했다. 또 2007년 가톨릭 문화예술인들과 미사 후 행사에서 가수 최희준씨와 함께 하숙생을 불렀다. 좀처럼 정 추기경이 노래하는 모습을 볼 수 없는데, 이렇게 여러 자리에서 하숙생을 부른 것을 보면 이 곡이 정 추기경 애창곡임에는 틀림없다.
하숙생 가사는 마치 인생의 덧없음을 노래하는 한편의 철학 시와 같다. 성경에도 인생의 허무와 덧없음에 대한 언급이 많다. 인생을 피었다 지는 풀과 꽃과 같은 식물에 비유하며 무상함을 표현하는 이미지는 단순하면서도 강력하다. 인간이라는 존재와 그들의 영광은 잠시 있다가 곧 사라진다는 것이다. "사람이란 그 세월 풀과 같아 들의 꽃처럼 피어나지만 바람이 그를 스치면 이내 사라져 그 있던 자리조차 알아내지 못한다"(시편 103,15-16). 반대로 하느님의 특징은 인생의 특징과 아주 대조된다. 특히 하느님 말씀은 영원하고 지속적이다.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들지만 우리 하느님의 말씀은 영원히 서 있으리라"(이사 40,8). 그러나 사람은 늘 염려하는 어리석은 인생을 살아간다. 성경은 풀 한 포기가 왕의 영광보다 더 아름답게 자라난다는 비유를 통해 하느님을 믿는 삶이 어떤 것인지를 분명하게 언급한다. "오늘 서 있다가도 내일이면 아궁이에 던져질 들풀까지 하느님께서 이처럼 입히시거든, 너희야 훨씬 더 잘 입히시지 않겠느냐? 이 믿음이 약한 자들아! 그러므로 너희는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차려입을까?'하며 걱정하지 마라"(마태 6,30-31).
또 인생은 지나가는 그림자와 같다. 그림자의 상징은 인생의 덧없음을 극단적으로 나타낸다. "사람이란 여인에게서 난 몸, 수명은 짧고 혼란만 가득합니다. 꽃처럼 솟아났다 시들고 그림자처럼 사라져 오래가지 못합니다"(욥 14,1-2). 심지어 삶의 허무함을 마치 바람을 잡는 것에 비유하기도 했다(코헬 2,17).
또한 인생의 무상함을 표현하는데 시간의 빠른 속도를 강조한다. "저의 날들은 파발꾼보다 빨리 지나가고 행복을 보지도 못한 채 달아납니다. 갈대배처럼 흘러가고 먹이를 덮치는 독수리처럼 날아갑니다"(욥 9,25-26).
바오로 사도는 부활 때 완성되는 삶을 진정한 인생으로 강조한다. "죽은 이들의 부활도 이와 같습니다. 썩어 없어질 것으로 묻히지만 썩지 않는 것으로 되살아납니다. 비천한 것으로 묻히지만 영광스러운 것으로 되살아납니다. 약한 것으로 묻히지만 강한 것으로 되살아납니다"(1코린 15,42-43). 부활의 믿음을 통해 인생의 덧없음을 넘어 영원한 삶을 지향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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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도인에게 인생의 덧없음은 부활로 극복된다. 그림은 '부활하신 예수와 막달라 마리아'(렘브란트 작, 1638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