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사설]
2011녀 5월 5일 목요일
‘별 하나’한테 상석 내주고 구석에 앉은 오바마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핵심 참모들이 오사마 빈라덴 사살 작전을 실시간 동영상으로 지켜보는 미국 백악관 상황실의 모습은 우리에게 강렬한 인상을 준다. 오바마 대통령은 준장인 마셜 웹 합동특수작전사령부 부사령관에게 상석(上席)을 내주고 구석의 작은 의자에 쪼그리듯 앉아 화면을 응시하고 있다. 세계 최강국 대통령의 권위를 의식하지 않는 태도다.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등 미국의 국가안보와 외교를 책임진 핵심 인사들은 작전 장면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다. 백악관 비서실장, 국가안보보좌관, 국가정보국장 같은 이들은 의자도 없이 선 채로 빈라덴의 최후를 지켜봤다. 한국인의 기준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파격(破格)이고 업무 중심의 실용주의적 사고다. 상황실 사진을 찬찬히 음미하노라면 10년의 추적 끝에 9·11테러를 주도한 빈라덴을 제거한 미국의 저력이 바로 이런 데서 나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 요원들의 전투 능력과 미국 수뇌부의 판단이 첨단 전송장비를 이용해 교감했다. 실질적인 작전 책임자인 리언 패네타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CIA 본부에서 백악관 상황실에 진행상황을 보고했다. 미국은 10년 전 테러를 잊지 않고 핵심기관이 똘똘 뭉쳐 마침내 공적(公敵) 빈라덴을 처단했다. 뉴욕의 그라운드 제로에는 한밤중에 시민이 몰려나와 ‘USA’를 외쳤다.
천안함 폭침은 13개월이 지났고 연평도 포격은 겨우 반년 전 일이다. 우리는 북에 번번이 당하면서도 너무 쉽게 잊어버린다. 그래서 북이 우리를 만만하게 보는 측면이 있다. CIA 정보망을 총동원해 빈라덴을 제거한 미국의 집념에 알카에다와 테러리스트들은 공포를 느낄 것이다. 백악관 상황실의 모습과 전광석화(電光石火) 같은 빈라덴 제거 작전에서 우리가 배울 점이 많다.
오바마 대통령이 빈라덴 사살 후 2일 백악관에서 처음으로 가진 공식행사는 60년 전 6·25전쟁 중 전사한 미군 병사 2명에 대한 미국 최고의 영예훈장 수여식이었다. 두 병사는 19세와 21세라는 젊은 나이에 태평양을 건너 한국 땅에 와 공산침략에 맞서 자유 진영을 수호하는 전쟁에 참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과 미국인을 공격한 집단에 대해서는 지구 끝까지 쫓아가 응징하고 나서, 조국의 부름에 순응해 목숨을 바친 이들을 미국인의 기억 속에 영원히 새기는 의식을 거행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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