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사설] 2011년 5월 3일 화요일
국보법 전과자에게 대문 열어준 정부 보안망
민주노동당원 김모 씨(43)가 합동참모본부와 정부통합전산센터를 드나들며 민감한 정보를 빼내다 적발된 사건은 허술하기 짝이 없는 정부와 군의 보안 실태를 여실히 보여준다. 김 씨는 2002년 2월 이적(利敵) 표현물을 인터넷에 올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3개월 뒤 민노당에 가입한 그는 당원 게시판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간첩질’ 할랍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그가 북한의 대남(對南)공작부서에서 운영하는 웹사이트 ‘려명’ 관계자와 e메일로 접촉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런 친북 경력의 소유자가 합참을 비롯한 국가기관을 휘젓고 다니는데도 아무도 제어하지 않았다. 철저히 감시해야 할 ‘요주의 대상’을 방치한 것이다.
김 씨는 2005년 3월 서버 운영 및 구축 관리 분야에서 손꼽히는 업체인 N사에 입사한 뒤 2008년까지 4년 동안 합참 전산센터에 15회나 출입했다. 국방부는 김 씨가 빼낸 통합지휘통제체계(KJCCS) 제안요청서는 일반에 공개된 것이어서 군사 기밀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면피성 해명이다. 국가기밀 유출 여부 조사와 함께 국가보안법 전과자의 전산센터 출입을 허용한 합참의 책임을 따져야 한다.
공안당국이 뒤늦게 김 씨의 수상한 행동을 포착해 올해 초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적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추가 수사를 통해 증거를 보완해 다시 영장을 신청해야 한다. 김 씨는 합참을 비롯해 정부 발주 사업에도 많이 참여했다. 공안당국이 압수한 김 씨의 컴퓨터에는 금감원 대검찰청을 포함한 10여 개 정부기관과 신협, 포스코 등 기업의 방대한 전산자료가 들어 있다. 간첩질을 하겠다는 사람을 계속 당원으로 놓아둔 민노당도 초록이 동색이다.
북한의 대남 사이버 테러는 점점 첨단화 지능화하고 있다. 지난달 12일 발생한 농협 전산망 마비사태도 북한의 소행으로 드러나고 있다. 북한의 사이버 테러 부대와 국내 불순분자가 내통한다면 군사 정보망과 국가 기반시설이 위태로운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국가정보원과 국방부는 각각 연간 4419억 원과 1266억 원이나 되는 특수활동비를 이런 데 안 쓰고 어디에 쓰는지 모르겠다. 구멍 뚫린 보안망을 재정비해야만 북한의 사이버 테러를 차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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