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사설]
2011년 5월 2일 월요일
FTA 경쟁에서 中日에 역전당하는 한국
한국은 미국 유럽연합(EU) 인도 칠레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등 모두 8건, 국가 기준으로 45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었다. 그러나 실제로 FTA가 발효된 나라는 협정 체결국의 35.6%인 16개국에 그쳤다. 발효 기준 FTA를 통한 한국의 교역 비중은 2009년 14.8%로 ‘무역 10강(强)’ 중 최하위권이다. 70%를 넘는 독일 프랑스는 물론이고 미국(34.1%) 중국(19.2%) 일본(16.5%)보다 낮다.
우리나라가 2000년대 중반 이후 굵직굵직한 협상을 타결하자 중국과 일본은 위기감을 느끼고 추격에 나섰다. 중국은 17개국과 FTA를 체결해 16개국과 발효했다. 14개국과 협상을 타결한 일본은 13개국과 발효한 데 이어 인도와도 연내 발효할 것이 확실시된다. 두 나라 모두 협정 체결국 수는 우리보다 적지만 발효 비율은 한국을 훨씬 웃돈다. 중국과 일본이 최근 EU 등과의 협상에 적극적인 점을 감안하면 한국은 자칫 FTA 경쟁에서 역전당할 우려도 있다.
한중일(韓中日) 3국은 수출 주도형 대외교역 확대를 통해 국가경제와 국민의 삶을 끌어올린 공통점이 있다. 가전 자동차 선박 철강 화학 등 주력 수출품목도 비슷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하다. 자유무역의 제도적 기반을 먼저 구축해 무역상대국에서의 관세, 비관세 장벽을 낮출수록 수출경쟁력에서 우위를 차지한다. 수출과 내수의 균형발전은 우리 경제가 풀어야 할 과제지만 고급 서비스업의 양적, 질적 성장이 순조롭지 않은 현실에서 FTA를 통한 지속적인 무역 증대는 국부(國富)와 일자리 창출에 여전히 필수다.
경제에서는 시간이 승패를 가르는 경우가 흔하다. FTA 체결의 의미를 과소평가할 수는 없지만 언제 실질적인 효과로 이어지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우리가 중국 일본보다 먼저 FTA를 발효한 칠레와 인도에서 한때 수출의 선점(先占) 효과를 톡톡히 누린 데서도 조기 발효의 국익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달 28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를 통과한 한-EU FTA 비준동의안이 다음 날 본회의에서 또 처리가 무산됐다. 민주당의 발목잡기와 한나라당의 소극적 태도로 본회의에서는 표결조차 못했다. 일자리 창출과 소득 증대, 국부(國富) 증가와 직결되는 사안조차 정략적으로 접근하는 구태(舊態)가 한심하다. 주요 경쟁국이 ‘FTA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지 못한단 말인가. 여야는 빠른 시일 안에 한-EU FTA 비준동의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한미 FTA 비준동의안 역시 지엽적 정치공방이나 주고받으며 미적거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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