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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교사가 쓴 교과서, 학부모는 환영하나

namsarang 2011. 4. 27. 23:55

[동아일보 사설]

2011년 4월 27일 수요일

전교조 교사가 쓴 교과서, 학부모는 환영하나

 

 

좌(左)편향 논란을 부르고 있는 고교 ‘한국사’ 교과서 집필진 가운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가입 교사를 비롯해 좌파 성향으로 분류되는 교사와 교수들이 절반 가까이 포함돼 있다. 조갑제닷컴은 6종의 교과서 필자 37명을 분석한 결과 전교조 교사 등 좌파 성향 필자가 46%인 17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검정 절차를 끝내고 올해부터 사용하고 있는 새 교과서는 이전 교과서보다 많이 시정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좌편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좌편향 교과서들은 대한민국을 ‘실패한 역사’의 관점에서 바라보면서 북한 정권에 대해서는 우호적 시각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민단체들도 ‘한국사’ 교과서에 대해 본격적으로 문제 제기에 나설 예정이다. 28일 ‘한국사’ 교과서 보고회를 갖는 시민단체 국민행동본부는 “미래엔컬처그룹과 천재교육이 만든 고교 ‘한국사’ 교과서에는 대한민국 정부를 독재라고 표현한 횟수가 21회였으나 북한 정권에 대해 독재라고 쓴 것은 5회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주 내년 고교 입학생부터 ‘한국사’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하겠다고 발표하자 이들은 “잘못된 내용을 먼저 고친 뒤 한국사를 필수로 지정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라며 준비 안 된 필수과목화를 반대하고 있다.

교과부는 ‘한국사 필수화’를 서둘러서는 안 된다. 노무현 정부 시절 고교 ‘한국근현대사’ 교과서가 반(反)대한민국적 시각으로 파문을 일으킨 데 이어 이번 새 교과서 역시 같은 논란에 휩싸여 있는 만큼 우선 새 교과서의 종합적인 검증에 나서야 한다. 검증에는 한국사 전공학자 외에 정치 경제 사회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같이 참여해야 객관적이고 심층적인 분석이 가능하다. 한국 근현대사는 세계사적 맥락 속에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 분야가 복합적으로 맞물려 형성됐기 때문이다.

검정 교과서의 체제와 기술 내용을 제시하는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 현행 집필 기준은 이명박 정부 들어 마련됐으나 좌편향 교과서가 계속 나오는 것은 이 기준에 상당한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미래 세대에게 올바른 국가관과 균형 잡힌 역사인식을 심어주는 일은 중요한 시대적 책무다. 전교조 교사가 쓴 교과서의 주요 내용을 적시해 학부모들에게 “당신의 자녀에게 이런 내용을 가르쳐도 좋은가”라고 의견을 물어볼 필요가 있다. 한국사 필수화는 제대로 된 교과서가 갖춰진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