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사설]
2011년 4월 23일 토요일
北 인권법 반대하는 민주당의 색깔론 궤변
21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한나라당 위원들이 북한인권법안 상정을 시도했으나 민주당 위원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다수결 원칙에 따른다면 북한인권법안은 진작 통과되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러나 인권법 제정 반대에 앞장서는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법사위원으로 버티고 있는 데다 법사위원장도 민주당 우윤근 의원이어서 정상적인 표결 처리가 안 되고 있다. 이런 게 민주주의 훼손이다.
박 원내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인권법의 실효성도 의문이고, 남북 대화가 필요한 이때 상호 간에 자극적인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대화가 필요하다고 해도 북의 잘못에 눈감아야만 할 수 있는 대화라면 의미가 없다. 북한인권법은 2400만 주민의 기본적 인권 개선과 삶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한다. 북한의 인권침해 사례와 그 증거를 수집·기록·보관토록 한 것도 그런 취지에서다. 서독도 통독 전 이런 노력을 했다. 미국은 2004년, 일본은 2006년 북한인권법을 만들어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자기 나라 세금을 쓴다.
지난날 박정희 정권은 미국의 인권 개선 요구를 내정간섭이라고 했지만 미국은 결과적으로 한국의 인권 신장과 민주화를 촉진했다. 사하로프의 인권투쟁은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개혁)와 글라스노스트(개방)로 이어져 소련 붕괴의 동력이 됐다. 박 원내대표는 “내가 종북(從北)주의자라는 비난을 받아도 할 수 없다”고까지 했다는데 음미해볼 말이다. 그에게 묻고 싶다. 김정일 김정은 부자한테서 확실한 종북주의자로 인정받고 싶은가.
민주당 지도부는 4·2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이 북한인권법안을 색깔론의 수단으로 악용하려 한다고 주장하지만 오히려 작은 선거를 빌미로 법안 처리를 회피하려는 잔꾀로 보인다. 지금은 독재정권 치하도, 색깔론이 국민에게 위력을 발휘하던 시절도 아니다.
북한인권법안은 2008년 하반기 한나라당 의원 23명이 발의했으나 작년 2월에야 민주당 의원들이 전원 퇴장한 가운데 겨우 외교통상통일위를 통과했다. 이 법안이 처음 국회에 발의된 시점(2005년 8월)부터 따지면 5년 반 이상 흘렀다. 북한 주민들은 리비아의 카다피보다 포악한 김정일의 압제, 총살 위협, 인권유린에 신음하고 있다. 북에 부모형제를 두고 온 탈북단체 회원들은 어제도 오늘도 북한인권법 제정을 목이 터져라 호소하지만, 민주당 핵심세력은 종북주의자라 불러도 좋다며 딴전을 피우고 있다. 이것이 대한민국 제1야당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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