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모성]
방사선 공포, 왜 전문가의 말 믿지않나
우리나라 전역에는 70여 개 감시기가 연결된 방사선 감시망이 구축돼 있다. 방사선 감시 결과는 실시간으로 인터넷에 공개되고 있는데, 그 결과를 보면 일본의 원전 사고 이후 지금까지 정상을 벗어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그런데 공기와 빗물에서 일본 원전에서 누출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된다고 야단이다.
그러면 이 두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방사선 감시기로 측정되는 방사선은 감시기가 설치된 주변 환경에 있는 방사성 물질들에서 방출된 것이다. 여기에는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방사성 물질과 일본 사고 원전에서 누출된 방사성 물질에서 방출된 방사선이 포함된다. 즉 자연 방사선과 인공 방사선을 구별하지 않고 측정하는 것이다. 반면 공기와 빗물의 방사성 물질은 해당 시료를 채집하여 원소별로 그 농도를 측정한다. 방사성 세슘과 요오드 등이 이렇게 측정됐다. 만일 공기나 토양에 자연 방사성 물질만큼 충분히 많은 양의 방사성 요오드나 세슘이 있다면, 방사선 감시기의 지시치에 나타날 것이다. 이것들의 방사능은 자연 방사능보다 매우 낮아 방사선 감시기에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공기 중에는 라돈이라는 자연 방사성 물질이 있다. 이것은 여러 번 붕괴를 하며 알파선과 베타선, 감마선 모두를 방출한다. 특히 고농도의 방사성 라돈은 흡연이나 석면같이 폐암의 한 인자로 알려져 있다. 방사성 라돈은 1초에 사방 10m의 공기에 수만 개의 방사선을 방출한다. 이것 말고도 더 많은 방사선이 토양이나 암석에 있는 자연 방사성 물질들에서 방출된다. 가히 우리는 방사선 속에 살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반면 이번에 검출된 방사성 요오드나 세슘은 같은 공기에서 한 개 또는 두 개 정도의 방사선을 방출한다. 이런 이유로 일본 사고 원전에서 생긴 방사성 물질에 의한 방사선이 방사선 감시기의 지시치에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굳이 그것들의 기준치를 거론할 필요가 있을까. 우리나라에는 공기 중의 라돈이 기준치를 넘는 곳도 있다. 일부에서는 빗물이나 황사에 의한 방사성 물질 농축을 걱정하는데, 농축을 걱정할 만큼 그렇게 공기 중의 방사성 물질이 많은 것은 아니다. 강우와 황사가 있는 동안 측정된 방사선 감시기의 수치가 그것을 확인해 주고 있다.
일본과 우리나라는 지역적으로 가까워 어떤 경로가 됐든 일본 사고 원전에서 누출된 방사성 물질의 일부가 국내로 유입될 것이다. 혹시 유의할 만큼의 방사성 물질이 국내로 유입된다면 국경 근처에 설치된 방사선 감시기에 탐지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방사선에 대한 염려는 그때 가서 하더라도 그리 늦지 않을 것이다.
일본 원전 사고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정상적인 방사선 감시 외에도 일본에서 입국하는 사람들과 수돗물의 방사능, 토양의 플루토늄을 조사한다고 부산하다. 그러면서 일본 사고 원전에서 누출된 방사성 물질이 국내에서 검출된 것에 대해 걱정한다. 이런 일들 중에 어떤 것이 과학적으로 타당한 것인지 알 수 없다. 일본에서 오는 입국자의 방사능 오염 조사가 필요했다면 희망자가 아니라 모든 입국자에 대해 조사해야 한다. 공기 중의 방사성 물질은 극미량이라면서 어떻게 그 방사성 물질의 낙진으로 수돗물에서 방사능이 검출될 것으로 예상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플루토늄은 무거운 금속 입자라서 일본 사고 원전에서 우리나라까지 기류를 타고 올 수 없다. 이런 입자가 어떻게 우리나라 토양에서 검출될 것으로 생각했는지도 의문이다.
국민을 안심시킨다고 한 이런 조사들이 한편으로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어찌 됐든 현재 우리나라에서 측정되는 방사선으로 보면 육상에서의 방사선은 걱정할 필요가 없는 수준이다.
이모성 청주대 교수 청주방사능측정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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