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산업화-민주화-선진화, 이것이 진보다

[동아일보 사설]                                                                         2011년 4월 19일 화요일   건국-산업화-민주화-선진화, 이것이 진보다

 

 

오늘은 419민주혁명 51돌이다. 우리나라가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완성되는 과정에서 419혁명은 큰 분수령이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장기집권과 부정선거에 맞서 고등학생들부터 목숨을 걸고 일어나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향한 거보를 내디뎠다.

 

그러나 역사의 발전은 외길로만 향하지 않는다. 419 혁명정신을 높이 평가한다고 해서 419 이전, 대한민국 건국과 국가체제 구축의 역사를 폄훼해선 안 된다. 이 전 대통령을 비롯한 건국세력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존재할 수 없다. 2차 세계대전 직후 국제질서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은 역사의 진운을 읽는 혜안으로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선택했다. 한미동맹을 맺어 안보 불안을 줄임으로써 후세대가 경제개발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이승만 리더십의 산물이었다. 독재의 과오는 419혁명에 의해 단죄됐다.

 

오늘의 풍요를 가져온 산업화 역시 박정희라는 걸출한 국가지도자가 없었더라면 불가능했거나 지체됐을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1960년대와 70년대 국가 자원배분의 선택과 집중, 그리고 경제개방과 수출주도 산업화를 강력하게 이끌어 한강의 경제기적을 가능케 했다. 년 전인 1970년 4월 22일 새마을 운동을 시작해 근면 자조 협력의 새마을정신으로 민관을 하나로 묶어 고도성장을 견인한 것도 박 전 대통령이었다. 그가 독재와 인권유린, 정경유착과 부정부패로 국민에게 고통을 안긴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이승만과 박정희의 과오에 의해 망한 것이 아니고, 그들의 공적에 의해 오늘의 흥륭을 누리고 있다. 이들과 동시대에 한반도 북녘을 지배한 김일성이 그곳에 남긴 인간 지옥은 비교할 가치조차 없을 정도다.

 

박정희 시대 이후에도 역사는 한길로만 나아간 것이 아니다. 신군부세력에 의한 민주주의 역류가 있었고, 이를 다시 물리친 것은 민주화 세력이었으며 넥타이부대를 비롯한 건전한 민주시민들이었다. 1987년의 민주화는 위대한 국민의 승리였던 것이다. 식민지에서 독립한 나라로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를 달성하고, 민주화를 함께 이룬 나라는 세계에서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이제 대한민국은 건국, 산업화, 민주화에 이어 선진화로 나아가고 있다. 북한처럼 주민을 굶겨죽이지 않는 한, 어떤 나라도 글로벌 풍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세계화 시대에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으로 주요 20개국(G20)의 당당한 일원이 됐다. 그러나 민주의식이 충분히 뿌리내리지 못했고, 부정부패가 만연해있으며, 시대착오적 이념으로 대한민국을 자해하는 세력도 만만찮게 남아있다. 우리는 이러한 장애들을 극복해야 진정한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

 

건국-산업화-민주화-선진화라는 도도한 역사를 만들고 있는 대한민국은 그 자체가 진보다. 이른바 진보세력이라고 자칭하는 상당수의 좌파세력은 아직도 대한민국을 태어나선 안 될 나라로 폄훼하고, 건국-산업화-민주화-선진화라는 역사발전을 진보로 이해하지도 못하고 있다. 이런 세력이야말로 진보세력이 아니라 수구좌파세력이다. 건국-산업화-민주화-선진화의 역사를 있는 그대로 껴안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국민이야말로 진정한 진보의 주인공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