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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이후 유럽에서 높아진 한국의 위상

namsarang 2011. 5. 6. 22:53

[기자의 눈/동정민]

G20이후 유럽에서 높아진 한국의 위상

 

 

대통령 특사로 유럽 3개국을 방문 중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대한 각국 정부의 영접 수준에 현지 외교관들은 한결같이 놀랍다는 평가다.

네덜란드에서 베아트릭스 여왕은 국가 최대 행사인 ‘퀸즈데이’ 전날인데도 예정시간보다 두 배 넘도록 만났고, 포르투갈에서는 모든 고위급 외교 핵심라인이 총출동했다. 그리스에서는 국방 교체장관(Alternative minister)과 각 군 장성들이 한국전쟁 참전기념비 헌화식에 대거 참석했다.

이례적 예우에 대해 유력한 차기 대통령후보인 박 전 대표의 정치적 무게에 대한 배려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현지 외교관들은 한국의 높아진 위상을 보다 근본적인 요인으로 꼽았다.

특히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한국에 대한 유럽인들의 시각을 확 바꿔놓은 듯했다.

포르투갈의 경우 G20 회의 이후 한국을 동아시아 진출의 교두보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게 현지 외교관의 평가였다. 네덜란드는 G20 회의에 초대받지 못한 데 대해 상당히 섭섭해 하다가 이번 특사단 방문에 크게 고무된 상황이라고 공관 관계자들은 전했다.

4일 국회에서 우여곡절 끝에 통과된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에 대해 유럽에 진출한 국내 기업이나 유럽 국가들의 기대는 생각보다 컸다.

 

그리스 현지의 국내기업 관계자들은 FTA가 발효되면 일본과 독일 양자구도였던 휴대전화 전자제품 분야와 자동차 분야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포르투갈의 아니발 안토니우 카바쿠 실바 대통령은 포르투갈이 한-EU FTA를 가장 강력히 지지한 국가라는 점을 자랑스럽게 소개하며 향후 양국간 협력에 큰 기대를 나타냈다.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유럽에서 한반도의 안보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생각보다 큰 것도 같은 맥락이다. 포르투갈과 그리스의 장관들은 천암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 사태 때 북한을 강하게 규탄한 사실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리스 국방 교체장관은 5일 한국전쟁 참전기념비 헌화식에서 한반도에서 북한의 위협을 언급하며 “한국이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그리스 혼자라도 가서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유럽국가들의 눈에 비친 한국의 위상이 우리 스스로의 평가보다 높은 건 분명 가슴 뿌듯한 일이다. 그러나 안보와 FTA 등 국가이익이 걸린 현안에 대해 나라 안에서 되풀이되는 소모전을 생각하면 귀국하는 발걸음이 가볍지 않다.   ―아테네에서

                                                                                                                                                                                   동정민 정치부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