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음식이야기

<41> 계란볶음밥

namsarang 2011. 5. 31. 23:50

[윤덕노의 음식이야기]

 

<41> 계란볶음밥

 

 

밥에 금가루를 뿌린 듯…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워

 

 

 

볶음밥은 너무 흔한 음식이니까 유래나 역사 따위는 있을 것 같지도 않다. 누가, 언제, 처음으로 밥을 볶아서 먹었는지, 또 어느 나라에서 발달했는지 알 수도 없을 것 같다. 그렇지만 짐작과는 달리 아시아에서는 중국 문헌에 처음으로 볶음밥이 보인다. 6세기 무렵의 농업서인 제민요술(齊民要術)에 지금 중국 음식점에서 먹는 것과 비슷한 계란볶음밥이 나온다.

역사상 가장 맛있고 화려하다는 밥이 계란볶음밥이다. 마치 밥에다 금가루를 뿌려 놓은 것 같다고 해서 부술 쇄(碎), 금 금(金), 밥 반(飯)을 써서 쇄금반(碎金飯)이라고 불렀다. 밥을 볶을 때 계란을 넣고 볶기 때문에 계란 노른자가 기름과 어우러져 밥에서 반짝반짝 빛이 나는 것이 금가루를 뿌린 것 같다고 하여 생긴 이름이다.

계란볶음밥은 아시아 사람들이 즐겨 먹는 볶음밥의 기본이 되는 음식인데 문헌에는 수나라 때 양제가 특히 좋아했다고 나온다. 제민요술에도 보이고 수양제가 즐겨 먹었다는 기록도 있으니 6세기 무렵에는 계란을 풀어서 기름에다 밥을 볶아 먹는 계란볶음밥이 꽤 알려진 것으로 보인다.

수양제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시피 고구려를 침공했다가 살수대첩에서 을지문덕 장군에게 크게 패해 나라를 멸망시킨 인물이다. 폭군으로 유명한 수양제는 황제에 오른 뒤 수도였던 장안, 그러니까 지금의 시안을 떠나서 남쪽의 장쑤(江蘇) 성 지역으로 순시 여행을 떠난다.

볶음밥은 원래 수나라 재상이었던 월국공 양소 집안에서 잘 만들었던 음식이다. 양소가 황제를 수행하면서 집안의 자랑인 볶음밥을 만들어 바쳤는데 수양제가 볶음밥을 먹어 보고는 무척 만족해했다고 전해진다. 수양제의 조리사였다는 사풍이 쓴 식경(食經)에 나오는 이야기다.

당시 순시 도중에 들른 도시인 양저우(揚州)에 수양제가 먹었다는 볶음밥이 전해져 발달하면서 양저우 볶음밥이 유명해졌다고 한다. 즉, 양저우 볶음밥은 수양제가 좋아했던 계란볶음밥인 것이다.

 

양저우는 장쑤 성에 위치한 역사 깊은 도시로, 상하이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자동차로 1시간 30분 정도 북쪽으로 가면 나온다. 옛날부터 양쯔 강을 중심으로 발달한 운하의 중심도시로 교통의 요지였을 뿐만 아니라 정치문화의 중심지였다. 신라 때 학자 최치원이 벼슬을 살았던 고장이기도 하다.

이번에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들렀다는 이 양저우가 바로 볶음밥의 본고장으로 유명한 곳이다. 금가루를 뿌려 놓은 것 같아 쇄금반이라고 불리는 양저우 볶음밥이 김 위원장의 식탁에도 차려졌는지 궁금하다.

우리가 중국집에서 짬뽕 국물과 함께 흔히 먹는 계란볶음밥이 맛있게 볶여봤자 거기서 거기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중국 현지에서 잘 볶아놓은 양저우 볶음밥을 먹어보면 진짜 금가루를 뿌려 놓은 것처럼 보기에도 먹음직스럽고 맛 역시도 독특한 풍미가 느껴진다.

참고로 중국에서 유명한 볶음밥으로는 양저우 볶음밥과 함께 푸젠(福建) 볶음밥을 꼽는다. 푸젠 볶음밥은 밥을 볶은 후 버섯과 조개 등 각종 재료로 소스를 만들어 얹어 죽처럼 질척하게 먹는 볶음밥이다. 분명 볶음밥이지만 느낌은 죽 같아서 일반적으로 먹는 볶음밥과는 확실하게 다른 풍미를 맛볼 수 있다.

                                                                                                                                                                                                         <음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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