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인재 수녀(대구가톨릭대부설 어린이집, 예수성심전교수녀회)
 그동안 여러 사도직을 경험하면서 가장 마음 아팠던 곳은 청소년 쉼터였다. 그곳은 가출 청소년들을 위한 쉼터였지만 부모에게서 학대받거나 버림받은 아이들도 찾아와 일정 기간 머무르는 공간이었다.
쉼터를 찾은 아이들은 대부분 부모가 이혼을 해 조부모가 양육하거나 한부모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이었다. 따뜻한 가정에서 튼튼한 뿌리를 내려야 할 시기에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며 방황하는 그 아이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너무 아팠다.
제주도 어느 시골본당에 있었을 때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첫영성체 교리를 받는 열두 명 아이 중 절반 이상이 조손가정에서 자라고 있어 마음이 참 아팠다. 엄마 얼굴도 모르고 아빠는 육지에서 생활하고 있어 할머니가 키우는 영이라는 아이는 엄마의 정이 그리웠는지 성당에만 오면 내 주위를 맴돌았다. 그러나 어떤 사도직에서든 수녀가 함께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어서 그 아이들이 원하는 만큼 채워줄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웠다.
오랫동안 교정사목을 해오던 어떤 수녀님이 재소자들과 만남을 통해 어린 시절 경험들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뼈저리게 느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많은 재소자들이 "내가 여섯 살 때 ~"하고 이야기를 꺼내며 그릇된 길로 들어서게 된 시작점을 떠올린다는 것이다. 자식 때문에 평생 걱정을 안고 살아가는 부모도 많지만 어린 시절 부모에게 받은 상처로 평생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자식들도 많은 것 같다.
지난주에는 서울에 연수를 갔다가 우리 수녀님들이 일하고 있는 성가정입양원에 잠시 들렀다. 아기방에 가서 한 아이를 안아주자 옆에 있던 아이들이 두 팔을 벌리고 안아달라며 아우성이었다. 누군가 말하기를 하느님께서 이 세상에 주신 가장 귀한 선물은 아이들이라는데, 너무 많은 아이들이 울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슬퍼졌다.
핵가족화 된 현대사회에서는 부모의 맞벌이가 자연스럽고 부모의 이혼도 쉽게 이뤄진다. 무책임한 부모들도 많다. 그래서 아이들 눈물을 닦아줄 어른들 관심이 더 많이 필요하다.
교육사상가 코메니우스는 인간 교육은 어릴 때 가정에서 이뤄지며 그 가운데 태어나서 6살까지 '어머니 무릎학교'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어머니는 하늘이 주신 최고 교사라고 했다. 어머니들이 아이들을 교육기관에 내맡기기보다 아이들과 눈을 맞추고 마음을 읽어주는데 좀 더 많은 시간을 내어줄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그리고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영혼이 흔들리는 세상 모든 아이들이 맘껏 웃는 세상이 오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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