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함재봉]
중국과 미국 경제의 차이
오늘날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버팀목은 ‘사회주의 국가’ 중국이다. 자본주의의 원조이며 가장 모범국이라던 미국과 유럽, 일본이 불황에 허덕이면서 세계 금융위기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반면 공산당이 이끄는 중국은 가뿐히 위기를 극복하고 어느새 경기과열을 걱정하고 있다. 무엇이 중국경제를 그토록 강하게 만드는가?
첫째는 중국의 경제정책을 이끄는 지도자들의 놀라운 혜안과 결단력, 그리고 추진력이다. 1990년대 이후 중국의 경제성장을 견인해온 장쩌민-주룽지, 후진타오-원자바오 팀, 그리고 그 밑의 중국 경제관료들은 서구와 일본 등 자본주의 본산의 그 어떤 지도자들보다 세계경제 동향을 정확히 읽어 대처했고 동시에 급속히 발전하는 중국경제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단계마다 정확히 파악하고 필요한 개혁을 과감하게 펼쳐 나갔다. 그 결과 중국은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를 성공적으로 비켜 나가면서 아시아에서 경제 패권을 잡는 데 성공했고 2008년의 세계 금융위기 역시 성공적으로 극복하면서 명실공히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했다.
중국의 경제관료들은 1990년대에는 과감하게 해외 직접투자를 유치하면서 중국을 세계의 공장으로 만들었고 연평균 10%의 성장률을 유지했다. 이러한 호황 중에도 주룽지가 이끄는 경제팀은 중국경제에 필수적인 구조조정을 과감하게 추진했다. 대표적인 것이 그때까지만 해도 중국경제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국가 소유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었다. 비효율성의 상징이었던 국가 소유 기업의 근로자 2400만 명을 퇴출시킨 이 대규모 개혁은 엄청난 고통을 수반했지만 주룽지는 이를 밀어붙였다. 또 경기가 과열양상을 보이고 인플레가 고개를 들기 시작하면 가차 없이 이자율을 인상하고 가계대출을 대폭 줄였다. 그리고 매년 재정흑자를 달성하고 세계 최고의 외환보유액을 비축했다.
中, 경제 교과서대로 움직여 도약
같은 기간 미국이 펼친 경제정책은 중국과는 정반대였다. 미국경제가 1990년대 초∼2000년대 중반 호황을 누리는 동안 미국은 이자율을 오히려 낮춰갔다. 부동산이 초호황을 구가하면서 버블의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도 가계대출은 더욱 늘었다. 소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가 출현한 배경이다. 또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누적액수가 1조7000억 달러에 이르는 감세정책을 시행하고 노인복지를 대폭 확충했다. 여기에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세금 징수 없이 추진하면서 미국경제의 체질은 허약해질 대로 허약해졌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닥치자 중국과 미국의 운명은 갈렸다. 중국은 이자율을 낮추고 가계대출을 대폭 확대해 소비를 진작시키고 부동산시장을 활성화하는 한편 비축해 놓은 재정흑자로 대대적인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해 세계 금융위기 속에서도 경제를 지키는 데 성공했다. 호황기에 이자율을 높이고 가계대출을 줄이며 재정흑자를 비축해 놓았기에 가능했다.
반면 미국은 이미 낮아질 대로 낮아진 이자율을 더 낮출 수도 없었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을 해주고 있던 상황에서 가계대출을 더 늘릴 방법도 없었다. 엄청난 재정적자 역시 사회간접자본 투자 등 고전적인 불황 타개책의 추진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미국이 경기 활성화를 위해 쏟아 부은 액수는 고작 국내총생산(GDP)의 1.5%였다. 반면 중국은 GDP의 12.5%에 달하는 경기활성화 ‘패키지’를 내놓을 수 있었다.
美, 표 좇다 정책실패 자초
문제는 지도자들이 필요한 정책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 아니라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추진할 정치적 의지가 없다는 사실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이 꼭 필요하지만 고통을 수반할 수밖에 없는 정책에 절대로 반대한다는 사실이다. 공산당 일당독재를 하는 중국은 여론을 무시하고 필요한 정책을 펼 수 있다. 반면 민주국가인 미국은 표를 의식한 정치인들이 필요한 정책을 알고서도 추진하지 못한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도 세종시, 4대강, 동남권 신공항은 물론이고 무상급식, 반값 등록금 등 수많은 경제정책이 경제논리가 아닌 정치논리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부산저축은행 사태에서도 또다시 보듯 정치논리에 의해 추진된 경제정책은 결국 더 큰 부실과 고통으로 되돌아온다. 국익을 위해서는 여론도 표도 무시할 수 있는 줏대 있는 지도자, 그리고 고통이 따르더라도 국가와 우리 모두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감내할 수 있는 국민이 아쉬운 때다.
함재봉 아산정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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