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풍 신부(의정부교구 청소년사목국 차장)
"싫어요!", "재미없어요!"
주일학교나 동네 어귀에서 만나는 청소년들에게 요즘 공부하는 게 어떠냐고 물어보면 다들 하나같이 이렇게 대답한다. 실은 나조차도 학창시절에는 공부가 싫었으니 한편으론 이해가 간다.
아이들에게 "왜 공부를 하느냐"고 물으면 다들 모르겠다고 한다. 그렇다면 과연 공부는 왜 하는 것일까? 누굴 위해서 하는 것일까? 지구 반대편에 공부하기만을 간절히 원하는 아이들이 있다면 믿어지는가?
얼마 전 아프리카 부룬디에서 만난 아이들은 하나같이 공부가 정말 하고 싶다고 했다. 아이들 각자 머릿속에는 저마다 가고 싶은 대학도 있고, 전공하고 싶은 학문도 있고, 갖고 싶은 직업도 있었다.
아이들에게는 공부가 너무나 간절한 꿈이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서, 공책이 없어서, 연필이 없어서 공부할 수가 없다. 일기를 쓸 수도 없고, 예습ㆍ복습은 꿈도 못 꾼다. 아이들은 집에 돌아가면 돌봐야 할 어린 동생들이 기다리고 있고, 밭에 나가 부모님 일을 거들어야만 하는 탓에 공부할 시간적 여유도 없다.
반면 '공부만'할 수 있는 여건과 조건이 매우 풍족하게 갖춰진 탓에 일찌감치 공부에 질려버린 한국 아이들. 아이들에게는 미래를 꿈꾸고 상상할 자리가 전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공책도 연필도 없는 아프리카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공부'라는 꿈이, 커다란 희망이 그곳 아이들에게는 마음속 크게 자리 잡고 있었다.
꿈을 꾸는 아이들! 그 꿈을 위해 무언가 노력하고 시도하고 기대하는 아이들을 만났을 때 참 행복했다. 누가 더 많이 가졌을까? 누가 더 행복할까?
말을 물가에 끌어다 놓을 수는 있어도 말에게 물을 먹일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물을 마시게 할 방법은 있다. 바로 목 마르게 하면 되는 것이다. 목이 마르면 스스로 물을 찾고, 감사하며 그 물을 마시게 될 것이다.
목마름은 무엇일까? 부족함이 아니다. 부족함은 아프리카 아이들의 꿈과 열망을 사그라지게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목마름은 곧 열정이다. 또한 힘들고 어려운 환경에서도 바닥나지 않는 에너지인 동시에 샘솟는 꿈이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여유를 줘야 한다. 아이들이 꿈을 꿀 수 있도록….
그렇게 되면 더 나은 삶과 미래를 위해 간절히 공부를 원하게 되는 날이 오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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