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풍 신부(의정부교구 청소년사목국 차장)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많은 사람이 '스마트'해지고 싶은 강렬한 소망으로 최첨단 기기를 소유한다.
필자도 현재 스마트폰을 이용해 원고를 작성 중이다. 그런데 정말 내가 스마트해진 걸까?
편리하고 빠른 삶을 영위하게 해줄 것만 같은 장비들을 이용하면서 점점 더 바보가 돼가는 나를 발견한다. 내비게이션은 나를 길치로 만들어버렸고, 노래방 모니터는 내가 눈을 감고 아름다운 가사를 음미하는 것을 방해한다. 또 휴대전화 주소록 탓에 119나 내 개인 번호를 빼고는 전화조차 걸 수 없는 기억력을 갖게 됐다. 이런 내가 과연 스마트해진 걸까?
2009년 시작한 '꿈꾸는 카메라' 프로젝트 덕에 최근 아프리카 잠비아와 부룬디 등 오지를 다니며 스마트한 장비가 전혀 없는 환경 속에서 오랜 기간 지내곤 했다. 그런데 아프리카 오지에 가서야 내가 어렸을 적 갖고 있던 능력이 스마트한 장비들로 말미암아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더군다나 이런 제품의 광고들이 이것을 가지면 행복하게 될 것이라고 '주입'해왔다는 사실도 새삼 인식하게 됐다.
그러면서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주기 위해 가져간 일회용 카메라들이 눈에 들어왔다. 탄생 배경부터 이름까지 '일회용'인 전혀 스마트해 보이지 않은 모습의 기계. 총 27컷밖에 찍을 수 없고 한번 쓰고나면 버려지는 운명이지만 아이들은 그 카메라를 들고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정성 들여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스마트폰이나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들과 비교할 것이 아니었다. '최첨단'이나 '스마트'와는 전혀 무관한 환경에서 어떻게 저렇게 멋진 사진이 나올 수 있는지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였다.
고급 디지털카메라는 하루에 수천, 수만 장의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췄지만 그 많은 사진이 모두 잘 나오는 것만은 아니지 않는가. 과연 그 중에서 정말로 마음에 들거나 의미 있는 사진은 몇 장이나 될지 궁금하다. 무한대로 찍을 수 있는 편리함 속에 점점 자신의 능력을 상실하는 것은 아닐까.
27장의 한정된 기능과 환경은 아프리카 아이들로 하여금 자신의 능력을 200% 발휘하게 해줬다. 스마트하지 않고 행복하지 않을 것 같은 환경과 기능이 오히려 더욱 스마트하고 행복한 인간을 만드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노래방 기기가 없어도 행복하게 노래할 수 있고, 휴대전화 주소록이 없어도 통화하고 싶은 사람에게 전화를 걸 줄 알며, 내비게이션이 없어도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갈 줄 아는 능력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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