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식 신부(원주교구 횡성본당 주임)
엄마 없이 혼자 잠을 잘 수 없어 그동안 여름신앙학교에 가지 못하던 초등학교 3학년 윤아가 올해는 2박 3일간 신앙학교를 거뜬히 다녀왔습니다. 첫영성체를 하고 나서부터는 '잠 잘 때 예수님이 지켜주신다'고 믿음으로써 엄마 없이도 집 밖에서 혼자 잘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올해 첫영성체를 한 다른 어린이들도 놀라운 변화를 고백합니다. "밤에 캄캄할 때 혼자 화장실에 가도 예수님이 옆에 계신다고 생각하니 무섭지 않아요." "맛있는 과자를 친구랑 나눠 먹어도 아깝지 않아요." "마음에 안 드는 친구를 미워하지 않고 때리지도 않았어요."
사실 이런 것은 10살 남짓한 저학년 어린이들이 실천하기 어려운 일들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과 함께하는 신앙의 힘으로 그 어려운 일들을 해낸 것입니다. 예수님과 함께하면 못할 것이 없습니다. 예수님께 의지하는 사람은 초인적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 말씀은 바로 예수님과 함께한 사람들의 위대한 능력에 관한 내용입니다. 예수께서 새벽에 호수 위를 걸으시어 제자들 앞에 나타나셨습니다. 예수님을 먼저 본 제자가 "예수님이다!"하고 소리치자 베드로가 예수님 앞으로 나아갑니다. 땅이 아닌 물 위로 걸어간 것입니다.
베드로는 자신이 호수 한 가운데 배 위에 있다는 생각을 못하고 마치 땅바닥을 걷는 것처럼 물 위를 걸어 예수님께로 갑니다. 그리고 몇 발짝을 걸어간 후 자신이 지금 물 위를 걷고 있음을 깨닫고 깜짝 놀랍니다. 너무 신기해서 발밑을 내려다 보니 시퍼렇다 못해 거무스름한 깊은 물이 눈에 보이고 파도가 금방이라도 자신을 삼켜버릴 것 같아 갑자기 무서워집니다. 무섭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물속에 빠져버립니다.
베드로가 깊고 위험한 물이란 것을 생각하지 않고 예수님만 바라보고, 예수님께 나아갈 때는 물 위를 걸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을 잊고 시퍼런 물과 무서운 파도를 보자 순간 물 위를 걷던 능력이 사라지고 나약한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 물에 빠지고 만 것입니다. 정상적 인간이 물 위를 걸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베드로는 물 위를 걸었습니다. 초능력을 발휘한 것입니다. 시커먼 파도를 보지 않고 예수님만 바라보고 앞으로 나아갔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예수님만 보고 앞으로 나아갈 때 초능력이나 기적을 이룰 수 있습니다. 누구나 불행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하느님께 감사하며 행복하게 사는 신자가 있어 소개합니다. 가뜩이나 가난하고 힘들게 살던 루카씨는 교통사고를 당해 하반신마비 불구가 됐지만 뺑소니 가해자에게 보상금을 받지 못해 빚더미에 앉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원망도, 절망도 하지 않고 오히려 하느님 사랑을 느꼈다고 행복해 합니다.
아직 눈이 있어 성경과 기도서를 읽을 수 있고, 귀가 멀쩡해 사랑하는 가족들 목소리와 사제의 주일미사 강론을 들을 수 있고, 입이 있어 기도하고 말 할 수 있으며, 손이 있어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할 수 있기에 행복하다는 것입니다.
또 루카씨 가족은 그 불행 중에도 서로 사랑하며 기도하는 행복한 성가정입니다. 보통 인간의 힘으로는 행복할 수 없지만 주님과 함께하는 삶이기에 행복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예수님과 함께 사는 신앙인의 힘이고, 초인적 능력이며, 기적입니다.
베드로가 예수님만 바라보고 나아갔을 때는 물 위를 걸을 수 있었지만 예수님을 잊고 발 밑의 시퍼런 물과 위험한 파도를 두려워했을 때 즉시 물에 빠져 허우적거렸습니다. 우리 인생에도 어찌 시퍼런 물과 위험한 파도가 없겠습니까? 그러나 동시에 그 건너편에는 예수님이 계심을 잊지 마십시오. 예수님을 보지 않고 인생의 험난한 파도만 볼 때 고통에 빠지겠지만 예수님만 바라보고 예수님을 향해 나아갈 때 우리는 인생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유유히 걸어갈 수 있습니다.
첫영성체를 한 어린이가 예수님과 함께하심을 믿음으로써 밤에 무섭지 않았듯이, 베드로 사도가 예수님만 바라보고 나아갈 때 깊은 물과 파도에 휩쓸리지 않았듯이 우리도 주님과 함께 살면 세상 어떤 고통과 파도가 오더라도 그것을 넘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세상의 파도를 보지 말고 주님만 바라보며 인생을 행복하게 살아갑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