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식 신부(원주교구 횡성본당 주임)
프랑스의 유명한 소설가 모파상 작품인 「목걸이」의 주인공 마틸드는 하급 관리 아내였지만 호화로운 생활을 꿈꾸며 사는 여자였습니다.
어느 날 장관이 주최하는 파티에 남편과 함께 초대받은 그는 친구에게 다이아몬드 목걸이까지 빌려 한껏 멋을 냈습니다. 그런데 그만 친구에게 빌린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잃어버립니다. 마틸드는 어쩔 수 없이 전 재산을 처분하고 모자라는 돈은 빚을 얻어 똑같은 목걸이를 사서 친구에게 돌려줍니다.
그러고 나서 마틸드 부부는 빚을 갚기 위해 10년이나 허드렛일을 하며 고생합니다. 마침내 빚을 다 갚을 무렵 마틸드는 거리에서 우연히 목걸이를 빌려준 옛 친구를 만나 그간의 일을 고백합니다. 이야기를 들은 친구는 이렇게 말합니다.
"어머, 이를 어쩌면 좋아. 내 목걸이 값을 갚느라 10년이나 고생을 했단 말이에요? 그 목걸이는 싸구려 가짜였어요." 마틸드는 가짜를 얻기 위해 그토록 많은 세월을 고생했던 것입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하늘나라가 어떤 곳인지 가르쳐주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십니다. 눈에 보이지 않고 귀에 들리지 않고 어떤 감각으로도 느낄 수 없는 하느님 나라를 설명하려고 온갖 비유를 다 만들어 내십니다.
하늘나라를 겨자씨, 누룩 등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로 비유를 들어 말씀하시다가 마침내 오늘 복음에서는 '보물'과 '진주'에 비유해 설명하십니다. "또 하늘나라는 좋은 진주를 찾는 상인과 같다. 그는 값진 진주를 하나 발견하자, 가서 가진 것을 모두 처분하여 그것을 샀다"(마태 13,45-46).
인생은 좋은 진주를 찾아다니는 것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한평생 보물찾기를 계속하는 것이 인생입니다. 어디에 좋은 물건이 있으면 가진 것을 다 털어 그것을 사고, 어디에 병을 잘 고치는 용한 의사가 있다고 하면 엄청난 돈과 노력을 들여서라도 그 의사에게 치료를 받으려고 합니다. 또 어느 나라에서 큰돈을 벌어 갑부가 될 수 있다고 하면 전 재산을 팔아 국외로 이민을 가기도 합니다.
몇 년 전 전남 진도군 죽도 앞바다와 울릉도 근해에 보물선이 침몰해 있다는 소문이 돌자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찾아내려 혈안이 되기도 하고 관련 주식에 투자자들이 몰리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보물, 즉 재물ㆍ권력ㆍ명예ㆍ쾌락 등 부귀영화를 찾아 자신의 모든 것을 투자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지상 보물은 일시적 기쁨과 행복을 주겠지만 결국은 덧없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성경(시편 90,10)에 분명히 쓰여 있습니다.
맞습니다. 세상의 보물은 참된 보물이 아닙니다. 세상 사람들이 찾아다니는 보물은 대부분 모파상 소설에 나온 것처럼 가짜입니다. 그런데 가짜가 더 진짜처럼 보여서 진짜보다 더 화려하고 눈부시게 반짝입니다. 가짜 보석 목걸이는 사람들을 황홀하게 만들지만 오래가지 못하고 단 하룻밤 꿈처럼 사라집니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속담이 있지요. 세상의 보물이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굳게 믿다가 발등 찍힌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닙니다. 참된 행복과 영원한 구원을 가져다 줄 진짜 보물, 발등 찍히지 않고 믿을만한 참된 보물은 하느님 말씀뿐입니다. 하느님 나라야말로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팔아 구해야하는 참된 보물입니다. 그래서 성 바오로 사도는 이 진리를 깨닫고 이 세상 모든 보물들을 '쓰레기'라고 표현했던 것입니다.
사랑하는 여자 때문에 사제가 될지 말지를 고민하던 신학생이 있었습니다. 오랜 고민과 방황 끝에 이런 결론을 내렸습니다.
"가장 좋은 것을 얻으려면 가장 좋은 또 다른 것을 버려야 한다. 그래서 사랑하는 여인을 버리고 사제의 길을 선택하기로 결심을 굳혔다."
결국 그 신학생은 신부가 돼 지금까지 다른 어느 신부보다 더 잘 살고 있습니다. 우리는 신앙이라는 좋은 보물, 하느님 나라라는 값진 진주를 발견했습니다. 이 좋은 보물을 얻기 위해 재물, 명예, 세속적 성공 같은 가짜 보물을 아낌없이 버려야합니다. 그것들을 팔아서 하느님 나라라는 진짜 보물을 사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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