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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동 최루탄과 무기력한 국회

namsarang 2011. 12. 3. 23:46

[시론/신율]

김선동 최루탄과 무기력한 국회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건 아니다. 이건 정말 아니다. 진보냐 보수냐는 문제가 아니다. 진보든 보수든 폭력에는 분명히 반대해야 한다. 바로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이 국회에서 최루탄을 터뜨린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폭력은 폭력일 뿐, 폭력이 일어나게 된 동기를 가지고 폭력을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민주주의란 결과보다도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표결 처리를 강행했다고 해서 자신들마저 최루탄을 터뜨리면 남을 탓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만다. 과정에 충실하지 못했음은 한나라당이나 민노당이나 마찬가지가 된다는 말이다.

경찰이 시위대에 물대포를 쏜 일은 당연한 잘못이고 자신들이 국회 본회의장에 최루탄을 터뜨린 것은 정당하다는 논리도 성립될 수 없다. 폭력은 폭력일 뿐이기 때문이다. 더욱 걱정할 부분은 국회의 폭력이 ‘진화’한다는 점이다. 전기톱에서 해머로 그리고 해머에서 최루탄으로 진화하니 앞으로는 뭐가 나올지 모른다. 이 부분은 상당히 중요한데 이런 폭력의 구사가 단순히 저항의 수단만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자신의 저항 정도를 보여주기 위함도 포함한다면 앞으로는 더 강한 ‘무기’가 등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즉, 충격도 ‘실무율’이 있기 때문에 더 강한 자극을 주지 않고서는 폭력 사용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더 진화한 무기가 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국회 내에서의 폭력을 엄중 처벌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회 사무처가 움직여야 하는데 꿈쩍을 하지 않고 있다. 지금과 비교하면 정말 애교 수준인 민노당 강기갑 의원의 ‘공중부양’ 때는 단호한 입장을 보이더니 지금은 도무지 움직일 기미조차 보이질 않고 있으니 권오을 국회 사무총장은 어디 있는지 정말 궁금하다. 국회사무처가 한 것이라곤 의원에겐 찍소리 하지 못한 채 유리를 깬 민노당 당직자만 고발한 일이다. 이는 형평성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당직자는 유리 깨서 고발당하는데 의원은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날려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으니 권력의 유무에 따라 고발이 이루어지느냐는 소리가 절로 나올 판이다.

국회 윤리위 제소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이나 한나라당이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에 대해서는 날 선 공방을 주고받았지만, 최루탄 투척에 대해서는 똑같이 꿀 먹은 벙어리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최루탄이 날려 보낸 것은 한나라당이 아니라 민주당이다. 한나라당은 한미 FTA 비준동의안 강행처리 때 여론의 역풍을 두려워했지만 김 의원의 최루탄이 이런 우려를 한순간에 덮어 줬다. 즉, 강행처리에 대한 비난 여론이 최루탄에 대한 비난 여론으로 ‘물 타기’ 됐다는 말이다. 반면 민주당은 당시 폭력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며 명분을 쌓고 동시에 피해자 이미지를 보여주려 했지만 최루탄 한 발에 모두 날아가 버렸다.

결국 민주당은 소기의 목적인 한미 FTA 저지도 실패하고 피해자의 이미지도 잃게 된 꼴이 됐다. 여기다가 야권 전체가 폭력 집단으로 매도되는 상황에 이르렀으니 할 말을 잃게 된 상황이다. 이럴수록 원칙에 충실한 자세가 필요한데, 야권 연대라는 이름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습이다. 이런 와중에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이 김선동 의원을 윤리위에 제소한 것은 늦었지만 정당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얼마 전 우리나라를 잠시 방문한 독일 유력 일간지의 일본 특파원이 내게 한 말이 떠오른다. “도대체 한국의 의원들은 의회 민주주의를 아는지 모르겠다.” 그렇다. 지금이라도 의회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 박 의원의 제소는 그런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