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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독일의 脫원전 따라갈 것인가

namsarang 2012. 1. 9. 23:30

[황호택 칼럼]

 

일본과 독일의 脫원전 따라갈 것인가

기사입력 2012-01-08 20:00

황호택 논설실장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은 전기가 여성을 가사노동에서 해방시켜 주리라고 예견(豫見)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노동자 계급의 가정에서도 가전제품을 사용하기 시작해 여성들은 힘겨운 가사노동에서 벗어났다. 여성들이 남는 시간을 활용해 교육을 받고 직장에서 일할 기회가 늘어나면서 여권(女權)은 비약적으로 신장했다.

전기 혜택이 없는 사회는 빈곤을 탈출할 수 없다. 에너지를 풍부하게 이용할 수 있는 사회에서는 경제적 기회가 그만큼 많다. 제러미 리프킨은 저서 ‘공감의 시대’에서 21세기는 에너지 확보가 개인의 사회적 권리이자 인권이 되는 세상이라고 썼다. 우리는 전기를 물이나 공기처럼 흔하게 쓰면서 전기가 문명과 문화, 그리고 인권 향상에 이바지한 공로를 잊고 사는지도 모른다.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는 인류가 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느냐는 어려운 숙제를 제기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일본은 전체 원전 54기 중 48기의 가동을 중단했다. 나머지 원전 6기도 내년 봄까지 정기점검을 위해 가동을 중단했다가 재가동을 하려면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주민과 지자체의 반발로 내년 상반기에는 일본에서 모든 원전이 정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나라마다 에너지 환경 다르다

일본은 모든 기업에 전력소비를 30% 줄이도록 강제하고 있다. 최근 일본 공장의 해외 이전 러시는 전력난(難)이 중요한 요인이다. 내년 여름 일본이 원전을 모두 없애고서도 위기를 넘기면 한국의 반핵(反核)단체들은 “일본을 보라”며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일본이 원전을 없애면 결국 CO₂를 발생시키는 화석연료 의존도를 높여야 하고 전기요금이 폭등할 것이다. 일본이 탈(脫)원전으로 가면 전기료가 50∼70%가량 오르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작년 3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집권 기민당이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의회 선거에서 58년 만에 패배했다. 후쿠시마 원전 참사가 불러온 나비효과였다. 원전 의존율이 25%인 독일은 녹색당이 강세이고 전기를 프랑스와 체코에서 일부 수입해 쓰는 나라다. 메르켈 총리는 선거 패배 후 두 달 만에 2022년까지 모든 원자력발전소를 폐쇄하겠다는 탈핵 선언을 발표했다. 과연 독일의 탈핵이 실현될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반면에 독일과 국경을 맞댄 프랑스는 원전 의존율이 75%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주요 석유 석탄 수입국인 프랑스의 에너지 사정은 한국과 비슷하다.
환경주의자들이 찬미하는 신재생에너지인 풍력 태양광 발전으론 원전을 대체할 수 없다. 전력생산 단가는 kWh당 원자력이 39원, 석탄 54원, 천연가스 147원, 풍력 128원, 태양광 859원이다. 월드컵경기장만 한 용지의 원전 1기에서 생산하는 전력을 풍력으로 만들어 내자면 월드컵 경기장이 51개 필요하고, 태양광은 151개가 들어간다. 지금의 기술 수준으로 우리가 쓰고 있는 전력을 전부 태양광으로 공급하려면 거의 충청북도 면적의 땅이 필요하다.

생산단가에서 원전에 가장 근접한 석탄 발전은 체르노빌 원전보다 결코 안전하지 않다. 중국에서는 석탄 채굴과정에서 각종 재해로 매년 2000∼3000명의 광원이 사망한다. 석탄을 태울 때 나오는 CO₂와 검댕은 온실가스를 증대시키고 주민의 건강을 해친다.

일본처럼 지진과 쓰나미가 잦은 나라는 국민의 불안감이 커서 원전 건설을 계속하기 어려울 것이다. 한국은 일본처럼 활발한 지진대에 있는 나라가 아니다. 후쿠시마 원전도 쓰나미 방벽을 4m만 더 높였거나 비상발전기를 지하가 아니라 높은 곳에 두어 침수되지 않게 했더라면 대형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

원전을 대체할 에너지원으로는 수소 연료전지와 핵융합발전이 가장 유력하다. 빌딩마다 수소 연료전지를 이용한 발전소를 만들면 기업들은 필요한 에너지를 스스로 생산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그런 기술의 발전소가 상업운전으로 이어지기까지에는 장구한 세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원자력 에너지가 지금으로선 현실적이고 불가피한 대안이어서 좀 더 완벽한 대안이 나올 때까지 가교(bridge) 에너지 역할을 수행할 수밖에 없다.

전기는 이념 아닌 먹고사는 문제

요즘 영하의 날씨에 난방수요가 급증하면서 블랙아웃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까 조마조마하다. 민주통합당은 원전에 반대하고 있고 진보신당은 탈핵을 부르짖지만 대안을 내놓고 말해야 한다. 민주당 소속 최문순 강원지사는 도지사 후보 시절 ‘삼척 원전’에 반대했으나 지금은 “강원도가 오죽하면 원전까지 유치하려 했겠느냐. 안전성과 환경성이 확실히 보장되고 주민 의사가 반드시 투명하게 반영돼야 한다”며 유연한 태도로 돌아섰다. 사람이 먹고사는 것과 관련된 일에 지나치게 정치 이데올로기를 들이대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전기료가 비싸지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은 서민의 생활권이다.

황호택 논설실장 ht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