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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노 민주당, 한미 FTA 유업 잊지 말라

namsarang 2012. 1. 16. 23:17

[사설]

친노 민주당, 한미 FTA 유업 잊지 말라

 

 
제1야당인 민주통합당의 새 지도부에 친노(친노무현) 세력이 약진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2년 임기의 당 대표로 선출됐고 문성근 박영선 박지원 이인영 김부겸 후보 순으로 최고위원이 됐다. 한 신임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이 최초의 여성 총리로 임명해 대선 후보감으로 검토했다. 2위를 차지한 문 씨는 노 정부 시절 대북밀사를 다녀온 최측근이었다. 통합야당 출범의 기획자는 노 정부 시절 실세 총리였던 이해찬 씨다. 호남을 기반으로 한 김대중 세력이 고령화하면서 당의 주축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기반으로 한 친노·시민사회세력으로 세대 교체된 양상이다.

이번 전대에 일반 국민까지 참여한 선거인단 신청자가 80만 명에 육박하면서 전대 흥행에는 성공했다. 과거 버스로 대의원을 실어 나르는 동원 구태는 줄어들고 일반인의 정치 참여를 이끌어내는 긍정적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팬클럽 성향의 모바일 표심(票心)이 위력을 발휘하면서 전통적 지지층의 소외와 여론 편향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전대 기간 대다수 후보가 노 전 대통령을 기렸지만 정작 노 정부가 체결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공공의 적’이 돼 버린 듯한 분위기였다. 한 전 총리는 “FTA 체결 전까지 11개월 총리를 했지만 각 분야 폐해를 면밀하게 검토하지 못한 점을 후회한다”고 했다. 문 씨도 한미 FTA 폐기를 내세웠다.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업(遺業)을 계승한 정당이라는 말이 무색해졌다. 한미 FTA 폐기를 주장하는 옛 민주노동당 쪽으로 좌(左)클릭한 느낌이다.

지나친 좌 쏠림이 현명한 선거 전략인지도 의문이다. 사회민주주의 정당 가운데 ‘가장 왼쪽’에 있다는 평가를 받았던 영국 노동당은 토니 블레어 등장 이후 야당 생활 16년을 청산하기 위해 당의 상징을 붉은 깃발에서 붉은 장미로 바꿨다. 당헌에서 국유화 항목을 삭제했고, 시장의 역동성을 강조하며 중간층 유권자에게 한발 더 다가갔다. 민노당식 좌클릭 정책만으로는 선거에서 승부를 가를 중도 성향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을 것이다.

민주당은 반이명박(MB) 표심만 집중 공략하면 4월 총선은 물론이고 12월 대선도 무난히 승리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모양이다. 이번 전대에서도 민주당의 돈봉투 논란에 대해선 가급적 침묵하면서 한나라당 비판에만 열을 올렸다. 민주당 스스로의 쇄신 노력 없이 반MB 정서에만 기대선 국민의 마음을 사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