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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일도 없었던 듯 ‘망각의 대한민국’… 천안함 46용사 떠난 지 오늘 2년

namsarang 2012. 3. 26. 06:22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망각의 대한민국’… 천안함 46용사 떠난 지 오늘 2년

 



《 오늘은 천안함이 침몰한 지 2년이 되는 날. 사랑하는 조국과 가족을 뒤로하고, 차마 떠나지 못할 길을 재촉한 46용사는 오늘도 말이 없다. 오히려 남은 자들의 말만이 무성할 뿐. 의혹과 의심과 의문의 화살은 지금도, 그들의 남은 가족과 그들이 몸담았던 군과 그들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사람들의 가슴속에 비수처럼 내리꽂히고 있다. 그래서인가 46용사는 너무도 빨리 망각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시인은 이를 ‘무섭다’고 했다.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는 자신이, 사회가, 대한민국이…. 》

 



            나는 내가 무섭다

 

- 천안함과 함께 산화한 46용사들에게

 


                                              - 이건청 -

 

천안함과 함께 산화한 46용사여,
지금 나는 내가 무섭다.
그대들이 없는 세상에 아지랑이가 오고,
훈풍이 불고, 하늘엔 흰 구름이 흐르고
봄비가 내려 흙을 적신다.
그대들이 없는 세상에
봄은 다시 오고
누구는 옳고 누구는 틀렸다고 외치고
외롭거나, 슬프거나, 고독하기도 한데,
사람들은 오늘도 밥 먹으러 가는구나,
당신들이 2010년 3월 26일
조국의 바다를 지키다가 산화한
이 말도 안 되는 죽음을 까맣게 잊었는지,
그대들의 푸른 꿈이 피에 젖고,
그대들의 애릿한 사랑의 손짓과
신념이 타오르던
눈동자와
푸르청청 하늘에 닿고 싶었던 가슴을
통째로 조국에 바친 그대들을 두고,
그냥, 다시 이 나라에 봄은 오고
사람들이 밥상 앞으로 다가앉는다.
나는 이런 일상의 풍경이 무섭다.
나는 사람들의 무관심이 무섭다.
천안함과 함께 산화한 46용사여,
조국의 하늘에 높이 뜬 종달새로 다시 오시라,
들판을 찰방찰방 적시는 은빛 시내로 오시라,
봄, 여름, 가을, 겨울 눈 시린 생명으로 와서
이 조국을 맑고 밝은 날들로 채워주소서,
천안함과 함께 산화한 46용사여.

 



:: 이건청 시인은 ::


―1942년 경기 이천 출생
―196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1980∼2007년 한양대 국어교육과 교수
―2007년∼현재 한양대 명예교수
―2010∼2012년 3월 한국시인협회 제37대 회장